"지금 여기에 놓여 있는 것은 꽃병입니다. 이 안에 담겨 있는 예쁜 난초는 제 친구이기도 하죠.어떻게 난초와 친구가 될 수 있느냐고요? 간단합니다. 꽃병 안에 무선 네트워크 장치만 설치해 놓으면 되는 것이죠."

세계 최대 무선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의 요한 비버그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 사진)은 17~18일 중국 상하이엑스포 스웨덴관에서 열린 '2010 비즈니스 혁신 포럼'에서 "미래의 이동통신 시장은 인간과 인간을 넘어 인간과 사물 간,사물과 사물 간 통신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혁신적 무선 서비스의 증가로 2020년엔 전 세계 500억개 기기가 네트워크와 연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꽃병에 무선 네트워크 장치를 달아 자신의 블로그인 페이스북 사이트를 통해 꽃을 키우는 장면을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화면을 가리키며) 여기를 보세요. 방금 제 친구 난초가 '너무 더워요'라고 제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놨네요. 실은 꽃병에 설치된 센서가 온도를 감지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으로 '지금 햇빛이 너무 강하니까 난초를 서늘한 곳으로 옮겨라'는 신호를 준 거죠."

비버그 부사장은 "이처럼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은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사람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담당 의사에게 전달해 줄 수 있고,렌터카를 이용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곧바로 예약하고 차량은 원격으로 진단과 제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머지않은 미래엔 커피포트,냉장고,세탁기 등 가정 내 수많은 기기가 무선으로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릭슨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고 있는 화웨이,ZTE 등 중국 업체들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에릭슨 중국법인장을 겸임하고 있는 매츠 올슨 아시아태평양부문장(부사장)은 "중국의 모바일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슨의 점유율은 30% 정도로 선두를 달리는 상태지만 화웨이와 ZTE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며 "화웨이는 중국 유선 통신장비 시장에선 1위,무선시장에선 2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슨 부사장은 내년 중반께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초고속으로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롱텀에볼루션) 기술이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중국에선 자체 기술인 TD(시분할)-LTE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에릭슨도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한국에서 최근 인수한 LG노텔(현 LG에릭슨)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