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대차잔고가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공매도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볼 때 이 같은 급락은 과도한 감이 있다고 판단했다.

18일 오후 2시28분 현재 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400원(5.59%) 급락한 2만3650원에 거래되고 있다.하이닉스는 전날에도 6% 가까이 급락했다.

하이닉스의 약세를 부추긴 것은 단연 외국계의 매도 공세다. 현재 외국계 창구를 통해 965억원 어치의 '팔자'세가 나오고 있다. 전 종목 중 외국계 창구를 통한 순매도 규모에서 단연 1위다.

외국인이 전기전자 업종에서 1235억원 순매도를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기전자 업종 매도세의 대부분이 하이닉스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외국인 매도세는 하루 아침의 일이 아니다. 지난 달 21일 이후 외국인은 하이닉스에 대해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팔자'를 외쳤다. 그 기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만도 2100만주가 넘는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지난 17일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하이닉스 주식 584만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가면서 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받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와 유럽과 중국의 긴축정책이 가전 수요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에 반도체 업황 꼭지설이 대두되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고 봤다.

신현준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부터 반도체 현물 가격이 하락반전하면서 그 동안 기대감이 컸던 만큼 조정 우려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민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반도체주들도 약세인 상황"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D램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하이닉스의 하락에 배팅하고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헷지펀드들이 최근 들어 공매도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매도로 연결될 수 있는 하이닉스의 대차잔고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하이닉스의 대차잔고는 5760만3868주, 1조4429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8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2일 이후 단숨에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급락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수급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면서 과도하게 공포심리가 조성된 감이 있다"며 "설사 외국인이 공매도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 주가는 하락에 배팅하고 가격을 떨어뜨리기에는 비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이닉스의 주당순이익(EPS)를 6000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2만4000원대 주가 수준은 주가수익비율(PER) 4배에 불과해 저평가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