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0주년을 맞는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아 3년 내 국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것입니다. "

최양하 한샘 회장(61)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샘의 3대 신성장 동력인 온라인 가구 판매,인테리어 키친(IK) 유통사업,욕실 인테리어 사업을 통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도 실적 호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최 회장은 덧붙였다. 한샘은 지난 1분기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1.3%와 38.5% 증가한 1407억원의 매출과 84억4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샘은 지난해 547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연 매출 5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경기 침체 여파로 경쟁사들이 주춤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샘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최 회장이 수년 동안 공들여온 '선택과 집중' 경영철학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건설회사 납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신규 분양 시장보다는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최근 들어 아파트 신축 물량이 연 25만~30만동으로 줄어들면서 건설시장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연간 최소 50만동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리모델링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가구 메이커에서 가구 유통회사로 얼굴을 바꿔 나가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유통 단계의 거품을 빼야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개설,온라인 가구인 '샘'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또 같은 가격대에서 최고급 자재를 쓰고 거품은 최대한 없앤 침실,거실 인테리어용 가구 '슈퍼셀러' 시리즈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특히 슈퍼셀러는 지난 3월 한 달간 총 1만1000세트가 팔리며 단일 브랜드 가구 중 한 달간 가장 많이 팔린 제품에 올랐다. 온라인 가구의 경우 지난해에만 약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 회장은 "단순히 '싸고 좋은 가구'를 넘어서 '훨씬 저렴하면서 최상급의 품질을 갖춘 제품'만이 인정받는 시대"라며 "슈퍼셀러는 월 1만세트 판매를 유지하고 온라인 가구에서는 올해 500억원어치,3년 내 1800억원어치를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내 인테리어 사업의 노하우를 살려 욕실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하는 등 먹을거리 늘리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세면기 변기 욕조 등을 판매하는 업체는 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설계,시공하는 기업이 따로 없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또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이 욕실을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고쳐 쓰는 게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주택토지공사와 SH공사 등이 층간 분리 설계 아파트를 세우고 있는 추세에 맞춘 것이다.

기존 아파트 욕실은 배관시설이 아랫집 천장과 연결돼 있어 구조를 변경하기 어려웠지만 층간 분리 설계 방식은 이러한 번거로움 없이 바로 시공이 가능하다. 한샘은 올해 초 하루에 시공이 가능한 조립식 욕실 '유닛바스룸'을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타일 변기 도기 욕조 등을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설계 · 설치해 '나만의 욕실'을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기존에는 욕실 시공에 보통 5일 이상이 걸렸다. 한샘은 도기(변기 · 세면대),수도꼭지 제조업체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욕실 제품 판매에 나섰다.

최 회장은 "부엌은 한 집에 1개이지만 욕실은 105㎡ 크기 이상의 아파트에는 두 개 이상이어서 시장이 더 크다"며 "현재 150억원 수준인 매출을 약 3000억원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 최 회장은 "인텔의 프로세서를 장착한 컴퓨터에 '인텔-인사이드' 마크가 찍힌 것처럼 한샘의 인테리어,부엌가구,욕실 제품 등으로만 꾸며진 '한샘-인사이드' 하우스를 보편화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