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에서 부총재를 지낸 대니 라이프치거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사진)는 18일 "중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11.9%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상당히 과열된 것"이라며 "두 자릿수 성장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IGE)초청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국경제의 허와 실-과제와 전망'조찬포럼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고 있는 라이프치거 교수는 세계은행에서 20여년간 근무했으며 2004년부터 작년까지 부총재로 일했다.

라이프치거 교수는 "미국 일본 독일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2014년까지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은 이미 잠재성장률을 달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성장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소비가 줄고 수출성장세도 둔화된 상황에서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 등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공공지출을 통해 수출 감소를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르는 비용을 지출했다.

라이프치거 교수는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환율과 공공지출 확대로 중국 경제가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중국 주택가격은 평균 11.7% 상승했고 특히 36개 주요 도시에서는 평균 32%나 올랐다"며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기회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통화량을 줄이고 환율을 절상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게 마련"이라며 "중국 정부는 올해 9~10%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전망치를 묻자 "9.7%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라이프치거 교수는 위안화 환율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달러와 연동돼 있어 세계 경제 전반에 왜곡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그간 환율문제에 대해 '프리패스(비용 면제)'를 적용받았다"며 "프리패스는 끝났고,중국 스스로도 위안화 절상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중국 소비자들이 돈을 더 쓸 수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국 정부가 안팎의 목소리를 조율하고 최종 위안화 절상에 나서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1~2년 후 10%가량의 절상이 이뤄지리라 본다"고 예상했다.

라이프치거 교수는 또 "중국이 미국과 나란히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아직 부상하는 신흥 경제국이며 공공복지나 교육,보건,혁신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또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않는 등 경제 파트너로서 신뢰하기 어렵고,중국의 정책을 결정할 때 세계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라이프치거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경기부양책을 적절한 시점에 썼고 통화정책 운용도 잘해 V자형 회복을 이뤘다"며 "A학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녹색성장 이슈 등에서도 한국이 G20 의장국가로서 좋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