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재정위기 탈출 공조 정책이 매끄럽지 못하다. 세계경제를 뒤흔든 남유럽발 재정위기 불씨를 끄기 위해 유로존은 다각도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과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추락하는 유로존 안정화 조치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도 쉽게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ECB 165억유로 국채매입 이례적 공개

BBC방송은 18일 "유로존이 그리스에 1차 구제금융 145억유로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원은 3년간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제공키로 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간 합의의 후속 조치다. 앞서 지난주 IMF는 그리스에 55억유로를 지원한 바 있다. IMF와 EU가 지원한 자금은 19일 만기가 도래하는 85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비롯해 5~6월 중 상환해야 하는 그리스 부채의 상환자금으로 사용된다.

유로존은 이처럼 재정위기의 '진앙' 그리스 구제의 실행에 나서며 다른 남유럽국으로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한 조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례적으로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가 주목된다. ECB는 17일까지 총 165억유로 규모의 유로존 국채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국채 매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ECB가 매입 규모까지 외부에 공개한 것은 위기 확산 방지를 위한 유로존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이 채권시장 안정화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개입 규모는 당초 25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ECB는 문제 국가들의 채무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연장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ECB가 시장에 유동성을 늘릴 국채 매입에 더 적극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유로존 국채 매입을 놓고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둔 독일중앙은행과 ECB 지도부가 대립하며 마찰음을 내기도 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이번 국채 매입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영국중앙은행(BOE)이 경기하강에 대비한 양적완화 조치와는 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EU 재무장관 회의 난항 계속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초 18일 유로존 재정안정기금에 대한 최종 합의를 할 것으로 예상됐던 EU 재무장관회의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재무장관들은 17~18일 브뤼셀에서 7500억유로 기금의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결론을 21일로 또 미뤘다. 유로존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두 차례나 회의가 연기되기도 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재정안정 메커니즘의 기술적 · 법적 세부사항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DPA통신은 구제금융 기금을 관리할 특수목적법인(SPV)이 어떻게 구성돼 어떻게 운용될 것인지 등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스페인 지방정부들이 급증하는 채무로 인해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유로존에 추가로 경고탄을 쐈다.

유로존이 국제금융시장을 안심시킬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와중에 새로운 문제만 불거지는 상황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