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철(철스크랩) 값이 3개월여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고철을 원료로 만드는 철근의 국내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국제 시세도 내림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고철값과 함께 철근값도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 철근시장엔 덤핑 저가물량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고철 매입가 3개월 만에 하락

동국제강은 지난 17일 입고분부터 고철 가격을 t당 1만원 내린다고 납품업체에 통보했다. 현대제철도 지난 13일부터 생철을 제외한 고철 전 품목 값을 t당 1만원 내렸다. 제강업체가 고철 구매가를 내린 것은 지난 2월 둘째주 이후 3개월 만이다.

올 초 t당 40만원 선이던 생철은 꾸준히 올라 이달 초까지 44만~46만원 선에 거래됐다. 생철은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고철과 1차 가공 때 나오는 더럽혀지지 않은 고철로 고철 중 품질이 가장 좋다.

고철값 인하는 중국 등의 수요 감소로 국제 철스크랩 값이 내리는 데다 최근 국내 철근판매 부진으로 제강사마다 고철 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 철스크랩 값은 올 초 t당 300달러 선에서 지난 4월8일 422.5달러로 치솟았으나 지금은 38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제강업계는 또 다음 달 시작되는 철근 비수기를 앞두고 감산에 앞서 고철 재고를 조절하기 위해 매입가를 낮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철업계 관계자는 "국내 고철값이 단기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제강사들이 고철값을 이달 중 추가로 t당 5만원 내린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철근값도 약세 전환 가능성

고철값 하락은 철근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벌써 철근 유통사들은 철근값 인하를 점치며 제강사들이 고시하는 가격보다 낮은 값에 철근 재고를 털어내는 분위기다. 오는 6~8월 비수기를 앞두고 이달 중에 최대한 털어내겠다는 것이다.

최근 제강사가 고시한 철근값은 t당 82만1000~83만1000원대이지만 실제 유통되는 가격은 77만~80만원대다. 서울 강동구의 유통업체인 유정철강 조영준 대표는 "중소 유통사들은 중소형 건설사와 주로 거래하는데 최근 수요 감소로 재고가 많다"며 "지난 3~4월엔 저가물건이 전혀 없었는데 최근 가격 하락세가 감지되며 저가물건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 규제로 철근 수요가 급감하자 국내 시장에 중국산 저가 철근도 유입되고 있어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산 철근은 t당 74만~75만원 선에서 구할 수 있다. 김경중 유진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 철강값이 4주째 하락하고 재고는 2주째 증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시아 고철값은 최근 t당 450달러에서 420달러로 내렸다"고 말했다.

제강사 공급가보다 유통가가 낮아지자 유통사들은 제강사가 '백마진'을 줘서 이익을 보전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철근은 통상 물량을 받은 뒤 두 달 후 결제하는 데 '백마진'은 결제 시점의 시장상황에 따라 제강사가 할인율을 적용해 유통사에 이익을 확보해 주는 제도다.

김현석/심성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