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제도 가운데 정말 인기있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이다. 이는 언뜻 듣기엔 굉장히 실행하기 어려운 사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재미있고 효과적인 사업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들은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구입해갈 사람이 없어 망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사업은 사 갈 사람을 먼저 정해놓고 기술을 개발한다. 더욱이 이 기술을 개발하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준다. 자금지원 규모는 지정과제의 경우 업체당 5억원 또는 10억원까지다. 지금까지는 공공기관들이 중소기업 제품을 사가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번엔 기업들이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발벗고 나섰다.

팬택은 모바일용 오디오 서브시스템을 개발해주면 구매하기로 했다. 동양기전은 5t급 굴착기 버퍼실을 개발해주기를 원한다. 한화건설은 친환경 석탄회 재활용기술을 개발해주면 사겠다고 밝혔다. 가구업체인 한샘은 인체접촉부 공기통풍 구조를 가진 의자를 개발해주면 구매하기로 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무려 5개의 신기술을 개발해줄 것을 제안했다. 청색발광재료 개발,고해상도 분할 전주법 개발 등이 그것이다.

지난 겨울엔 눈이 참 많이 내렸다. 때문에 기상청은 내린 눈의 깊이를 측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 애로사항을 극복하기 위해 기상청은 중소기업이 눈의 깊이를 재는 장치를 개발해주면 정부자금을 지원해준 뒤 그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계측장비의 이름은 '디지털 이미지인식을 통한 눈 깊이 계측장치'이다.

이런 장치를 개발해주면 정부가 개발자금의 최고 75%까지 무상으로 지원해주고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할 중소기업은 오는 6월 23일까지 중소기업청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 참여를 바라는 기업은 '중소기업기술종합관리시스템(www.smtech.go.kr)'에서 사업계획서를 내려 받아 신청하면 된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