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갑작스레 퍼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정점(頂點)을 쳤거나,조만간 정점을 지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차 하강)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값을 잡기 위한 금융 긴축의 여파라는 진단이다.

중국 경제 낙관론에 가장 먼저 찬물을 끼얹은 인물은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그는 지난달 2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신용 팽창과 자산 버블은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달 3일에는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며 1년 내 붕괴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경제 비관론을 확산시킨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다. UBS는 지난 5일 "중국의 모멘텀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고 곧이어 맥쿼리증권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조치들이 연간 성장률을 8%대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17일에는 미국 대표적 경제조사 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중국의 경기 확장세가 올 여름 동안 가속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분기 정점론을 제기했다. 급기야 CS증권은 18일 중국의 더블딥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때문에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물경제에서도 중국 경제 둔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시 통계국은 지난달 베이징 부동산 가격이 3월에 비해 0.9% 하락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중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철강 수요가 급증했으나 최근 줄기 시작했고,이에 따라 철강가격이 소폭이나마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중국의 일부 제철소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서서히 감산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수요도 줄면서 차값 할인폭을 늘리는 자동차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중국 경제 비관론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1분기 성장률이 11.9%로 워낙 높았던 탓에 향후 성장률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둔화로 보기는 힘들다"며 "중국 정부의 재정 여력이 튼튼해 둔화 조짐이 보이면 긴축에서 부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 10.0%,내년 9.9%로 전망하고 있다.

박준동/박동휘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