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시장 '中악재'에 휘청] 유로존 위기에 중국마저 '멈칫'…구리가격 보름새 17%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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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철강수요 한풀 꺾여…자동차 신규주문도 '뚝'
물가상승 압력은 완화될듯
물가상승 압력은 완화될듯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로 한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원자재 가격이 17일(현지시간) 뉴욕 런던 등 국제 상품시장에서 일제히 급락세로 돌변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고성장을 지속하던 중국이 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새롭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원자재 값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55달러(2.2%) 내린 70달러8센트에 마감,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한때 70달러가 붕괴되며 69달러27센트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종가는 WTI의 지난달 평균 가격(84달러50센트)과 비교하면 17.1%나 떨어진 것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도 이날 배럴당 3.34달러(4.4%) 하락하며 75달러89센트로 밀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선 주요 비철금속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산업 생산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구리 3개월물 가격은 t당 456달러(6.6%) 내린 6470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평균 가격(7774달러)보다 16.8% 낮은 수준이다. 아연 가격은 t당 7.54% 하락한 1900달러,납 가격은 t당 6.96% 떨어진 1805달러를 기록했다. 아연과 납 가격은 지난달 평균가격보다 20%가량 폭락했다.
19개 주요 원자재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로이터-제프리스 CRB 지수도 이날 2.1% 하락한 253.20을 기록,최근 7개월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중국 긴축 가능성 대두
이날 상품시장을 강타한 악재는 '중국 경기가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중국 경기선행지수'를 발표하면서 향후 중국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컨퍼런스보드의 윌리엄 아담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보여줬던 강한 경기 상승세가 후퇴 기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악재로 튀어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1.9%에 달했다는 발표가 지난 15일 나온 이후 올 들어 세 번째 지급준비율 인상에 나서고 부동산 시장 규제책을 내놓은 게 단적인 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과열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국내 종합상사에 따르면 중국 내 철강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일부 제철소가 감산에 돌입하거나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철강 제품 가격이 최근 1주일 새 1%가량 떨어졌지만 추가 가격 하락을 예상한 현지 도매상들의 주문이 뜸해지면서 현물 거래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철강 가격 하락은 철광석 수입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초 중국의 철광석 수입가격(CFR)은 t당 186달러로 1주일 전보다 1.85% 떨어졌다. 중국 주요 항구의 철광석 재고도 4월 이후 증가세다.
지난달까지 호조를 보이던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부에선 차값 인하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그동안 공장 설비를 대대적으로 증설해 재고가 늘면서 차 값을 대당 2000~2만8000위안(34만~476만원)씩 깎아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악재로 작용하며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17일 5.1%나 급락했고 미국과 유럽의 상품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상품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국제 원자재 펀드들이 갑작스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로스컷(손절매)에 나선 것도 상품 가격 하락폭을 키웠다고 조달청은 분석했다.
◆인플레 압력 완화 기대
전문가들은 중국의 긴축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유럽식 긴축'과는 다르지만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더 크다고 분석했다. 구리 아연 등 주요 비철금속 수요의 40%가량이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은 올 들어 중국의 고성장 덕에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에서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세를 추세적 하락으로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내수시장이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아직 추세적 하락세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지금은 숨고르기 국면"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압력이 커진 아시아 국가들엔 원자재 가격 하락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인도와 호주에선 금리 인상이 이미 시작됐고,중국에선 6월 금리인상설이 나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수입물가가 하락할 경우 금리인상 압력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에선 대기업과 납품업체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벌여온 갈등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주용석/박동휘/조재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