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유혹을 가장 많이 받는 부류 중에 하나가 금융계 초년병들이다. 40,50대 재력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기는 하지만, 그들에게는 명품이 생활이나 일상이 돼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금융업계 초년병들은 이제 갓 돈을 벌기 시작한 20~30대들이다. 다른 업계보다 멋지게 차려입는 선배들이 많은 회사 환경 때문인지, 사회 생활을 시작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를 무척 신경 쓰는 계층이다. 명품에 절로 관심이 가는 나이고 환경이다. 20대에 금융업을 선택한 사람 가운데 일부는 명품족이 된다. 7~8월이 되면 휴가로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2월과 8월에는 홍콩을 가볼까 한다. 북미는 12월 26일 박싱 데이(boxing day) 언저리. 모두 쇼핑을 염두에 둔 해외 여행지다. 알다시피 이맘 때 일본과 홍콩은 거의 70%의 세일율을 보인다. 북미 지역 역시 연중 할인폭이 가장 큰 날이다. 해외 여행을 계획할 정도가 아니라면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이라도 가서 명품을 사들인다. 실제로 명품 아웃렛에서 직장 동료를 마주친 경험, 금융계 종사라라면 한번쯤 있을 것이다. ◇ 금융계 명품족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쇼핑을 하기위해 여행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할인 전문 아웃렛은 또 어떤가? 내 옷장에 들어갈 내 옷들이 60% 세일이라는 표시 아래,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품위라고는 없는 인간들의 손때를 다 받아내는 일은 더 끔찍하다. 금융계 명품족들이 명품을 다시 생각해야 할 이유는 이밖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유럽의 전통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생산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획일화된 디자인과 메이드인 차이나 딱지를 두고 과연 명품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명품(luxury brand)이란 상품은 적고, 소수만 누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요즘은 짝퉁도 워낙 많고, 진짜라고 해도 디자인이 너무 흔하다. 사실 그 브랜드가 아니라면 별 가치가 없어 보이는 디자인도 허다하다. 품질과 디자인, 그리고 희소성 등 모든 면을 감안해 보더라도 가격에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껴있다. 명품은 소수의 장인들이 수공예로 만들어 비싸다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명품 브랜드에 장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국내에만 해도 엄청난 수의 명품 가방과 옷, 구두와 악세사리가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상상을 초월할 만한 숫자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다 명품 브랜드의 장인이 수공예로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은 최종 검사만 하든지 아니면, 아주 비싼 제품의 경우 바느질 몇 번 하는 정도다. 역사라는 것만 해도 그렇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명품들이라고 해봐야 기껏 몇 십 년 된 것들이다. 중세 말안장 만들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브랜드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도 마케팅 컨셉트에 끼워 맞춘 얘기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정황은 깡그리 다 무시하고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명품 업계가 한국을 ‘유행 후진국, 판매 선진국’이라고 얘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것저것 다 따지고 보면, 우린 그저 구찌, 루이뷔통이라는 로고 값으로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해 왔다. 누구나 한번 보면 알 만한 그 브랜드의 시그너처 라인(signature line)을 그 큰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있을까? 샤넬의 퀼팅 백이나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혹은 구찌의 GG 로고 등등. 보통 사람들이 명품을 사기로 결심한 다음에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브랜드의 대표 상품부터 사들인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그 가방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산건 아니라는 뜻이다. ◇ 금융계 명품족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여섯 가지 팁, 'Don't & Do Rules' 돈이 너무 많아서 뭐든 사도되는 형편이라면 몰라도, 그렇지도 않은 금융맨이라면 세 가지 룰만은 기억했으면 한다. 라이프스타일 전문 기자라는 본업 때문에 늘 명품을 보거나 명품족을 접하면서 느낀 바다. 이른바 젊은 명품족을 위한 충고다. 첫째, 온통 브랜드 로고로 도배된 평범한 디자인의 옷이나 아이템을 사지마라. 둘째, 가격 대비 제품의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을 사지도 말라. 셋째, 어설프게 한 브랜드만 고집하지도 말라. 디자인을 중시하는 편이라면, 해당 브랜드의 세컨드 라인(second line)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아무래도 가격이 싸니까. 같은 맥락에서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대중적인 브랜드간의 제휴물을 사는 것도 괜찮다. 질 샌더의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가 디자인한 이스트 백. 칼 라거펠트, 레이 카와구보 등이 함께 한 H&M. 톱숍, 아디다스와 매카트니 등 제휴물은 점차 느는 추세다. 이 제품들은 원래 대중 브랜드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웬만한 명품보다는 훨씬 싸다. 그래도 명품 자체를 사고 싶다면 발품과 전화품을 좀 팔라. 어떤 명품 브랜드든 요즘은 다 하는 '프레스 세일'이나 '패밀리 세일'을 찾는 거다. 주위에 패션계에 종사하는 지인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주변을 면밀히 둘러보고 꼼꼼히 찾다보면 분명히 패션계의 지인과 연결된다. 이런 행사를 권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일단 그런 데 가보고 나면 명품에 대한 인식이 바뀔지도 모른다. 묘하게도 그런 곳에서 만나는 명품은 볼 품 없어 보인다. 동시에 드는 생각도 있다. 아는 사람들은 반값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는 물건들을, 왜 우리는 그 모욕을 당하면서 제값을 다 줘야 하나? 명품을 밝히는 금융계 종사자들에게는 솔직히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뭐 하러 뼈 빠지게 일하고, 다른 즐거움들을 버려가며 아껴서, 명품을 사느냐고. 그래도 그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을 위해, 세 가지 ‘하지 말자’(don't) 룰 외에 세 가지 '하자‘(do) 룰을 제시한다. 첫째, 가능한 싸게 살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명품 비용을 줄이자. 둘째, 명품 쇼핑 여행시에는 나라별 세일 기간과 아웃렛 위치를 사전에 확인하자. 셋째, 명품을 쇼핑할 때는 최대한 멋을 내서, 점원을 자신감으로 압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