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퍼트롤]애널의 기업탐방…누구를 위한 방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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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기업들의 1분기 영업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매 분기마다 반복되는 '어닝시즌(실적발표 기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애널)들이다.
이 때가 되면 상장사 분석임무를 맡고 있는 애널들의 '힘'은 더욱 막강해진다. 투자자들이 직접투자는 물론 간접투자 시 애널의 기업분석 리포트를 투자지표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 펜 끝에 주가가 요동친다'라는 말조차 나돌 정도다. 실제로 애널리스트의 분석리포트 한 줄에 주가가 출렁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애널리스트가 해당 종목의 경영상태나 실적전망 등에 전문가임을 인정받고 있어서다.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발표하는 재무제표, IR(기업설명회) 자료, 시장 상황 등을 보고 그 기업의 미래를 진단한다. 또 직접 기업을 방문해 경영실태를 꼼꼼히 확인한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기업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일부 애널들을 지칭해 '누구를 위해 기업을 방문하고, 분석리포트를 쓰는 것인 지 의아한 경우가 많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소수의 몇몇 애널들이 동료들의 '구슬땀'을 '헛수고'로 만드는 경우다.
가령 영업실적이 이미 '어닝쇼크'에 이를 정도로 확연히 나쁜 기업들에 대해 애널이 오히려 '성장성'을 강조, 투자자들에게 '매수'할 것을 권하는 무책임(?)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종종 있다.
자산운용사(투신)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애널의 이러한 분석을 받아들여 이런 기업들의 주식을 사줄까? 오히려 기관들은 정보를 미리 확보한 듯 몇일, 몇주 전부터 보유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 파는 경우가 많다.
증권업계의 시장 컨센서스(평균치)에 비해 50% 수준에 불과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한미약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실적발표일(4월29일) 사흘 전부터 연일 급락했고, 기관은 1분기 실적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3월말부터 보유주식(약 1000억원 어치)을 대거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당시 대부분 투자자들은 기관이 한미약품을 왜 그렇게 많이 파는 지 알 수 없었다. 언론매체들의 기사제목도 '한미약품, 끝 모를 추락', '지주사 전환이 악재?', '외국인VS기관의 엇갈린 매매' 등 이유 없이 떨어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기관은 한미약품의 '어닝쇼크'가 공개된 당일에는 고작 7000주만 팔았다. 몇 만주씩 팔아치운 몇일 전과 아주 대조적이다. 이미 '팔 만큼 팔아치웠다고 보는 게 맞다'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매니저는 "기업탐방 등을 통해 사전에 알게 된 영업실적 정보를 미리 주식매매에 활용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들에게 '매수'할 것을 권하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한 증권사는 한미약품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긍정적'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도 당시 주가(11만원)보다 4만원 정도 더 비싼 15만원으로 내놨다.
또 다른 증권사도 '글로벌시장으로 진출전략'을 지목해 '매수'를 권했다. 글로벌 임상 과제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투자의견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 애널도 있었다.
이와 정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식은 종종 기관들이 이미 대거 사들여 주가가 큰 폭으로 뛰박질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152억원으로 전년대비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분기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한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이었다.
기관은 역시 이 회사 주식을 이달초부터 대거 사들였다. 뿐만 아니라 실적발표 전날 이미 증권가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실적 기록'이라는 구체적인 루머가 시장에 나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 매니저들이 '갑'이라면 애널은 이들에게 '을'인 관계"라며 "기업탐방 등을 통해 상장사 분석을 마치면 우선 '큰 돈'이 있는 매니저들에게 세일즈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한 상장업체 관계자도 "통상 애널이 기업을 방문한 뒤 매니저들이 뒤따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해왔다.
일반투자자들에게도 '투자 바로미터'로 통하는 분석리포트의 주인공 애널. 이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기업을 탐방하는 것인지 여부에 투자자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릴 만도 하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매 분기마다 반복되는 '어닝시즌(실적발표 기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들이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애널)들이다.
이 때가 되면 상장사 분석임무를 맡고 있는 애널들의 '힘'은 더욱 막강해진다. 투자자들이 직접투자는 물론 간접투자 시 애널의 기업분석 리포트를 투자지표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 펜 끝에 주가가 요동친다'라는 말조차 나돌 정도다. 실제로 애널리스트의 분석리포트 한 줄에 주가가 출렁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애널리스트가 해당 종목의 경영상태나 실적전망 등에 전문가임을 인정받고 있어서다.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발표하는 재무제표, IR(기업설명회) 자료, 시장 상황 등을 보고 그 기업의 미래를 진단한다. 또 직접 기업을 방문해 경영실태를 꼼꼼히 확인한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기업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일부 애널들을 지칭해 '누구를 위해 기업을 방문하고, 분석리포트를 쓰는 것인 지 의아한 경우가 많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소수의 몇몇 애널들이 동료들의 '구슬땀'을 '헛수고'로 만드는 경우다.
가령 영업실적이 이미 '어닝쇼크'에 이를 정도로 확연히 나쁜 기업들에 대해 애널이 오히려 '성장성'을 강조, 투자자들에게 '매수'할 것을 권하는 무책임(?)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종종 있다.
자산운용사(투신)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애널의 이러한 분석을 받아들여 이런 기업들의 주식을 사줄까? 오히려 기관들은 정보를 미리 확보한 듯 몇일, 몇주 전부터 보유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 파는 경우가 많다.
증권업계의 시장 컨센서스(평균치)에 비해 50% 수준에 불과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한미약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실적발표일(4월29일) 사흘 전부터 연일 급락했고, 기관은 1분기 실적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3월말부터 보유주식(약 1000억원 어치)을 대거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당시 대부분 투자자들은 기관이 한미약품을 왜 그렇게 많이 파는 지 알 수 없었다. 언론매체들의 기사제목도 '한미약품, 끝 모를 추락', '지주사 전환이 악재?', '외국인VS기관의 엇갈린 매매' 등 이유 없이 떨어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기관은 한미약품의 '어닝쇼크'가 공개된 당일에는 고작 7000주만 팔았다. 몇 만주씩 팔아치운 몇일 전과 아주 대조적이다. 이미 '팔 만큼 팔아치웠다고 보는 게 맞다'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매니저는 "기업탐방 등을 통해 사전에 알게 된 영업실적 정보를 미리 주식매매에 활용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들에게 '매수'할 것을 권하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한 증권사는 한미약품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긍정적'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도 당시 주가(11만원)보다 4만원 정도 더 비싼 15만원으로 내놨다.
또 다른 증권사도 '글로벌시장으로 진출전략'을 지목해 '매수'를 권했다. 글로벌 임상 과제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투자의견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 애널도 있었다.
이와 정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식은 종종 기관들이 이미 대거 사들여 주가가 큰 폭으로 뛰박질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152억원으로 전년대비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분기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한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이었다.
기관은 역시 이 회사 주식을 이달초부터 대거 사들였다. 뿐만 아니라 실적발표 전날 이미 증권가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실적 기록'이라는 구체적인 루머가 시장에 나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 매니저들이 '갑'이라면 애널은 이들에게 '을'인 관계"라며 "기업탐방 등을 통해 상장사 분석을 마치면 우선 '큰 돈'이 있는 매니저들에게 세일즈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한 상장업체 관계자도 "통상 애널이 기업을 방문한 뒤 매니저들이 뒤따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해왔다.
일반투자자들에게도 '투자 바로미터'로 통하는 분석리포트의 주인공 애널. 이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기업을 탐방하는 것인지 여부에 투자자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릴 만도 하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