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정체와 아시아의 급성장으로 세계 헤지펀드들이 아시아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로 회사를 옮기거나 이 지역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려는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헤지펀드인 포트레스인베스트먼트는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기로 했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홍콩에 아시아지사를 개설할 계획이고,영국의 알게브리스인베스트먼트,프라나캐피털 등도 싱가포르에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차터캐피털어드바이저는 최근 아시아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 · 합병(M&A)과 구조조정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 운용을 시작했다. 팔콘캐피털은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1500만달러 규모의 범아시아 헤지펀드를 만들었다.

자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홍콩과 싱가포르로 헤지펀드들이 몰리는 것은 아시아지역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90억달러의 헤지펀드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만인베스트먼트의 팀 레인스포드 아시아태평양담당 이사는 "헤지펀드의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계 자금의 흐름"이라며 "글로벌 무역거래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헤지펀드들의 아시아 진출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환경도 나쁘지 않다. 규모가 큰 헤지펀드에 적용되는 세율은 홍콩이 17%,싱가포르가 20%인 데 반해 유럽 헤지펀드의 허브로 알려진 영국은 40%나 된다. 영국은 최근 이 세율을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헤지펀드 컨설팅업체인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 자금은 2009년 말 현재 1050억달러.세계 헤지펀드 규모 1조5000억달러의 7% 수준이다. 그러나 앞으로 2년 동안 이 금액은 1820억달러로 70%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헤지펀드에 돈을 댄 투자자들의 45%가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아시아엑스재팬펀드'로 자금을 옮기길 원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도 아시아 시장의 헤지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우렐리아노 젠틸리니 톰슨로이터 헤지펀드연구소장은 "연기금 보험 재단 등이 전통적인 주식 투자에서 벗어나 대안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대안 투자의 대상으로 아시아 시장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시장 발전 수준이 낮고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의 절반이 전통적인 롱쇼트 전략(주식에 대해 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해 수익을 내는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근 일정 규모 이상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법률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