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대 · 중소기업 간 하도급거래 질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계약서 없이 구두로 발주한 뒤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단가를 내리는 폐해를 막기 위해 구두 발주가 계약으로 확정되는 '하도급 계약 추정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뺏거나 유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기술자료 제공강요 금지'규정도 신설키로 했다.

이 같은 하도급 개선 방안은 대기업들의 각종 불공정행위를 바로잡아 대 · 중소기업의 상생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이 충분하다.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적지 않은 문제들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 없는 성장도 중소기업 발전 없인 해결될 수 없고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에서 보듯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미래가 위험한 것 또한 엄연한 현실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가 줄고 있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업체 비율은 10여년 전 90%에 육박했으나 최근 40%대로 떨어졌다. 현금성 결제비율(어음을 제외한 현금 수표 기업구매전용카드 등)도 같은 기간 30%대에서 90%대로 높아졌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현금성 결제비율을 높여온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차제에 현금 결제를 더 하도록 지침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크지 못하는 장벽을 깨뜨리기 위해서도 하도급 관행을 더 개선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다만 하도급 개선을 위해서는 법이나 제도 개정 못지않게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서로 애로 사항을 인정해주고 개선해나가는 상생협력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고통 못지않게 절박하다는 실정을 인식하고 윈-윈 모델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