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체 CT&T의 증시 입성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하려던 코스닥 기업 CMS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CT&T와 CMS의 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불거지자 해당 기업은 물론, 투자자들까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박정훈 前 대표 지난해 진행된 유증에 사채 동원

CMS는 19일 박정훈 전 대표가 회삿돈 2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고 공시했다.

검찰은 올해 초 박 전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CMS의 전 최대주주 네오엠텔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지난달 30일 박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작년 8월 제 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박 전 대표가 사채를 동원해 증자자금을 납입을 한 뒤, 회사로 납입된 자금 일부를 빼돌려 사채 상환에 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CMS 주권의 매매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CMS와 CT&T의 합병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최종 판단이 나와봐야 실질심사가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CT&T가 제출한 합병신고서를 심사한 결과 투자자들에게 중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이 관계자는 "실질심사에서는 횡령ㆍ배임건 뿐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을 종합적으로 보게 된다"며 "전 경영진의 횡령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CT&T와 CMS의 합병을 기대하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CMS는 지난 3월 중순 CT&T 합병 이슈가 불거진 이후 하루 거래량이 수 천만주에 이를 정도로 코스닥시장에서 매매가 활발한 종목이다.

이날도 3029만여주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코스닥시장에서 세 번째로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현 최대주주인 튜브PEF가 총 발행주식(8145만5726주)의 14.78%인 1203만7053주를 보유하고 있고, 박 전 대표도 313만8749주를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80% 가량은 장내에서 매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540억원의 시가총액에서 1200억원 가량을 소액주주들의 피해액으로 추산할수 있다는 얘기다.

◆네오엠텔 "원만하게 합의할 용의 있다"

CMS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것은 CT&T 합병 이슈 이전의 경영권 분쟁 탓이다. CMS는 당시 경영진으로 있던 박정훈 전 대표와 전 최대주주 네오엠텔 간 거듭된 이견으로 지난 2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까지 했다.

주총 결과 박 대표가 경영권을 지켜내기는 했으나, 네오엠텔은 박 대표와 회사를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주권반환청구권 압류, 간접강제신청 등을 법원에 제기하며 승복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3월 튜브PEF(사모펀드)로 회사의 주인이 바뀐 뒤 네오엠텔은 대부분의 소송을 자진 취하했다. 더이상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때 보유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하지만 박 대표를 상대로 한 횡령ㆍ배임건은 유지했다.

이에 대해 소송 당사자인 네오엠텔 관계자는 "박정훈 대표의 횡령 혐의는 명백했기 때문에 소송을 유지한 것"이라며 "CT&T의 우회상장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튜브PEF나 CT&T 측에서 소송과 관련한 협상을 원하면 이에 응할 것"이라며 "원만하게 사안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정훈 대표는 "소송과 관련해 얘기할 게 없다"며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