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위기 여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유로화 약세와 유로 국가의 긴축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600선이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추격 매도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600선 초반까지 밀렸고, 코스닥지수는 장중 5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속등해 1160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코스피지수가 개인과 기관의 '사자'세에 힘입어 낙폭을 크게 만회하기는 했지만 하루 변동 폭이 28.77포인트에 이르는 등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1600선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급하게 내다 팔아야 할 시점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단기 변수인 유로화와 외국인 매도세,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등 주도주(株)의 흐름이 위험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인 것은 유럽 재정위기 리스크가 재부상하고 IT와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들이 흔들리면서 심리적으로 악재가 확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하지만 유로존의 경우 역내 수출 비중이 70%에 달하고, 경상수지 역시 균형을 이루고 있어 일부 국가의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 훼손이 여타 국가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특히 글로벌 경제 안정의 바로미터인 유로화도 액면가치 수준까지 떨어져 이제 반등할 여지가 생긴 만큼 코스피지수 1600선 붕괴를 상정하고 주식을 미리 던질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리스와 포르투갈 국채상환 일정이 꽉 들어차 있는 이번주가 유럽 재정위기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다만 내달 G20 회의가 예정돼 있는 등 해결 장치도 촘촘히 마련돼 있어 위기가 더 이상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국내증시가 변동성을 보이면서 기존 주도주인 IT와 자동차주의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 매력이 오히려 높아졌다"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잦아들면 반등 역시 기존 주도주 내에서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됐지만 '만도 효과'가 작용하며 자동차주가 반등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엿볼 수 있었다"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계속되겠지만 코스피지수 1600은 주가수익비율(PER) 9.0배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인 만큼 저가 매수기회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