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따라잡으려면 대만 업체들과 손잡아라."

일본의 시사월간지 '보이스(Voice)'가 삼성에 밀리고 있는 일본 기업들에 제시한 해법이다. 보이스는 6월호에 경제평론가 다카라베 세이치의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장문의 기고문을 실었다. 요지는 '일본 기술에 대만의 제조 및 자금조달 능력을 결합해 글로벌 강자로 부상한 삼성을 견제하라'는 것.

다카라베는 우선 삼성의 경쟁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삼성은 (독자)기술이 없다','일본 기술을 유용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뒤처진 회사들이 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삼성이 중요 재료와 부품을 일본에서 구입해 제품을 만들어도 디자인,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더욱 높다"며 "삼성의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평가했다.

이어 "애플이 초기 일본 부품으로 아이팟을 만들 때도 비슷한 비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비판은 디지털화돼 가는 전자산업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또 "삼성은 이 과정에서 글로벌 부품 조달의 노하우를 체득함으로써 일본 기업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드는 일본 기업들의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다카라베는 아날로그적인 근성도 삼성이 앞서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에는 해외근무 시 '팔릴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정신으로 신흥국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현지화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현지에서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본사에 알려줌으로써 삼성전자가 신속하게 현지에 맞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은 주재원을 3년마다 교체함으로써 현지화에 실패했고 이런 과정에서 과감한 도전정신이 사라졌다고 질책했다.

다카라베는 일본 기업이 삼성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만드는 종합회사'를 포기하고,부족한 부분은 제휴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적의 제휴파트너로 대만 기업을 꼽았다. 일본 업체가 중국에 공장을 짓는 것보다 최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제조시설을 갖춘 대만 기업에 이를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

대만은 주식시장 상장 절차가 쉽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는 "대만에서는 빠른 자금 조달과 대규모 공장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업체의 약점인 사업의 스피드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인이 일본에 우호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