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초원서 13년째 사진촬영…사자·치타 내 친구죠"
"아프리카에서 13년을 보내며 세렝게티의 사자 치타 코뿔소들과 친구가 됐습니다. 그들은 제게 웃어주기도,심술을 내기도 합니다. "

탄자니아 북부,킬리만자로 산 남쪽에 있는 도시 아루샤에서 '아루샤 리'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탄자니아에 13년째 머무르며 야생동물 사진을 찍고 있는 이종렬 와일드홀릭 사장(42 · 사진)이다. 와일드홀릭은 그가 차린 여행사 이름이다.

그는 MBC 외주 PD 출신.아프리카 곳곳을 누비며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2002년부터 2년간 촬영한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한국과 탄자니아를 오가며 동물 사진을 촬영하던 그는 세렝게티의 동물들에 꽂힌 나머지 서울 생활을 미련없이 청산하고 2005년 가족과 함께 탄자니아로 이주했다. 탄자니아 내 한국인 투자이민 1호였다.

탄자니아 국립공원 안에는 차를 타고 다니며 사파리를 즐길 수 있도록 도로가 닦여 있다. 이 도로를 벗어나는 것은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할 수 있어 공원 관리자 외에는 엄격히 제한된다. 이 사장은 지난해 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동물들을 촬영할 수 있는 권한을 현지 정부로부터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10년간 국립공원 15곳에 대한 장기 오프로드 허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야생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이름을 날렸던 휴고 반 라윅(2002년 작고) 이후 세계에서 두 번째다. 이 사장은 "10년 이상 현지인을 만나고 그들과 부대끼며 노력한 결과"라며 "아프리카식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다리고 기다려서 따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벌판에서 점심을 먹고,사자 앞에서 잠이 들다 보면 가끔은 사람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지만 서울에 돌아오면 또 탄자니아에 가고 싶어 마음이 설렌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지난 13년간 찍은 사진을 한 데 모아 다음 주 중 '야생중독'이라는 책을 발간한다. '야생동물에 미쳤다' 말고는 자신을 표현할 길이 없어 제목을 그리 지었단다.

아루샤(탄자니아)=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