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의 점포 운영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점포를 수많은 브랜드에 내어준 뒤 여기서 나오는 매출의 30~40%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것이다. 백화점의 역할은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내고,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일이나 '골칫거리'인 재고상품을 떠안는 것은 언제나 입점업체의 몫이었다.
이랜드가 수십년간 계속돼 온 이런 백화점 운영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백화점이 패션업체들로부터 의류 잡화 등을 사들인 뒤 직접 판매까지 하기로 한 것이다.

오상흔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1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3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국내 최초로 '직매입' 방식의 백화점을 연다"며 "1호점의 직매입 비중(패션 브랜드 기준)은 약 50%지만 앞으로 100% 직매입 백화점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은 지상 12층 규모의 가든파이브 라이프 패션관(영업 면적 6만9500㎡)에 들어가는 직매입 백화점 1호점의 이름을 'NC백화점'으로 짓고,수도권에 있는 기존 이랜드 아울렛 매장 9곳도 연내 NC백화점으로 전환키로 했다.

NC백화점의 가장 큰 특징은 직매입 방식을 통해 판매가를 20~40%가량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1호점에 입점하는 370개 패션 브랜드의 절반가량인 170개 브랜드에 이 방식이 적용된다. 노스페이스 등 나머지는 기존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임대 형태로 들어온다.

해외 명품의 경우 1층에 '해외 명품 편집 매장'을 마련,샤넬 코치 프라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의 인기 잡화를 들여와 기존 백화점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키로 했다. 3층엔 앤클라인 BCBG걸즈 나인웨스트 등 해외 유명 구두를 모은 '슈즈갤러리'가,4층 캐주얼 매장에는 트루릴리전 디젤 등 해외 유명 청바지를 한 데 모은 '블루 스테이션'이 각각 들어선다. 이랜드리테일이 중간 유통단계 없이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기 때문에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데코 반지크 쉬즈미스 등 15개 국내 패션 브랜드의 경우 NC백화점만을 위한 '세컨드 브랜드'를 새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판매가를 40%가량 낮추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정상 가격에 판매되는 브랜드를 NC백화점에서만 싸게 팔 수는 없는 만큼 별도의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 NC백화점에서만 저렴하게 판매키로 한 것이다. 이광희 홍은주 장광효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는 이 방식을 통해 정상 판매가의 10%에 불과한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연내 40~50개 국내 업체들이 NC백화점을 위한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며 "재고가 생기면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30개 '2001 아울렛'에 넘기면 되는 만큼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