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시'가 중위권 평점을 받았다. 20일 스크린인터내셔널지에 따르면 '시'는 현지에서 발행되는 9개 매체로부터 평균 2.1점을 얻었다. 프랑스 포시티프지는 4점 만점을 줬지만 런던 이브닝스탠더드 등 3개 매체는 2점,디 오스트레일리안지 등 2개 매체는 별점을 주지 않았다.

'시'는 앞서 19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시사회에서 5분여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2000여석을 메운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지자 이 감독과 윤정희씨는 주변에 인사를 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관객들은 '원더풀''뷰티풀'이란 감탄사를 연발했다.

러시아의 프로듀서 드미트리 가비즈는 "윤정희의 연기가 뛰어나다"며 "이야기와 주제에 잘 맞는 캐릭터를 소화했다"고 말했다.

스크린인터내셔널지는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멜로드라마"라며 "15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윤정희는 여배우의 존재가치를 새삼 일깨웠다"고 보도했다.

질 자콥 조직위원장과 띠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함께 시사회에 참석한 것도 이 영화의 중량감을 알려줬다. 경쟁작 시사회라 할지라도 두 사람 중 한 명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는 손자와 함께 사는 할머니가 시를 배우면서 겪는 이야기.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에 관한 영화"라며 "시란 눈으로 보이는 것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추하고 더러운 것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작업이란 사실을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배우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며 "늙은 몸을 보여주는 것은 세월의 흐름에 맞는 역할에 충실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흔 살까지는 영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칸(프랑스)=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