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 들꽃 너울에 장백폭포 물줄기…가슴도 '뻥' 뚫려요
백두산 들꽃 트레킹의 계절이 돌아왔다. 백두산의 들꽃은 다음달이 돼야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다음달 중순쯤이어야 바람에 봄기운이 가득 실리기 때문이다. 9월까지 3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에 앞다퉈 피어나는 들꽃 풍경이 가히 '천상의 화원'을 방불케 한다.

■ 들꽃길 따라 천지까지

백두산 들꽃여행은 서파 산문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 드넓게 펼쳐진 고산화원은 물론,백두의 깊은 원시림과 계곡미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파지역의 첫 들꽃 감상 포인트는 왕지 주변이다. 왕지는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의 탄생신화가 전해지는 연못이다. 물가에는 붓꽃,수리취,물매화 등이 연이어 피고 진다. 해발 1700m의 '고산화원'은 9월 초까지 이어지는 들꽃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큰원추리,금매화,바이칼꿩의다리 등 수수하고 예쁜 들꽃이 경주를 하듯 피어난다. 백두산 등줄기가 선명해지는 가을 단풍 풍경도 그림 같은 곳이다.

고산화원 근처의 금강대협곡은 백두의 계곡미를 느낄 수 있는 곳.날카로운 V계곡인 금강대협곡은 폭 100~200m,깊이 70m,그리고 길이는 12㎞에 달한다. 기묘한 형태의 거대한 바위와 가파른 경사면이 눈길을 끈다.

그 깊은 바닥에 맑은 계곡물이 유유히 흐른다. 과연 '동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할 만하다. 계곡은 사람이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울창한 숲의 장막으로 가려져 있어서인지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그 존재가 드러났다고 한다. 고산화원에서 협곡에 이르는 길은 원시림으로 덮여 있어 마치 아프리카 오지의 정글 트레킹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땅 밑으로 흐른 용암에 의해 형성된 물길인 제자하에서도 자연의 신비를 확인할 수 있다.

천지 아래 주차장에서 천지까지 나 있는 계단길 옆의 완만한 능선 풍경도 놓칠 수 없다. 끝간 데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완만한 백두의 능선미를 감상할 수 있다. 융단을 깐듯 무리지어 핀 들꽃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 장쾌한 물줄기와 계곡

천지 5호 경계비에서부터 장백폭포가 있는 북파 산문까지,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를 모두 지나는 종주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길은 10시간쯤 걸리지만 곳곳에서 마주하는 들꽃 무리가 지친 발걸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에 걱정없다. 백운봉 너머로 이어지는 길의 비로용담,미나리아재비 등의 군락이 예쁘다.

북파 산문은 백두(장백)폭포로 유명하다. 마치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비룡폭포라고도 불린다. 폭포의 물줄기는 60m 높이에서 내리꽂힌다. 멀리 200m 떨어진 곳에서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북파 산문 매표소에서 지프를 타고 천지로 곧장 올라갈 수 있다. 매표소에서 버스에 올라 20분쯤 간 뒤 지프차로 환승한다. 지프로 20여분을 달리면 천문봉에 도착한다. 천지에서 30m쯤 아래 지점으로,조금 걸어야 천지에 닿는다.

천문봉에 오르면 천지 주변에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과 신비한 구름에 싸인 백운봉 등 16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천지를 조망할 수 있다. 천지 너머로 북한군 초소가 드문드문 보인다. 천지에서 배를 탈 수도 있는데 중국 쪽에서만 가능하다.

천지를 구경하고 난 다음 걸어서 내려오는 것도 괜찮다. 매표소까지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흑풍구에서 보는 장백폭포 풍광이 특히 좋다는 평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오방색 들꽃 너울에 장백폭포 물줄기…가슴도 '뻥' 뚫려요
■ 여행 TIP


하나투어리스트(1577-1212)는 백두산 여행을 안내한다. 각 5일 일정으로 서파코스와 북파 코스를 여행하는 상품을 만들었다.

서파코스는 백두산 천지와 금강대협곡,고산화원을 트레킹한다. 장수왕릉,광개토대왕비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라 있는 고구려 유적도 살펴본다. 중국남방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매일 출발한다. 1인당 59만9000원부터.

북파코스는 백두산 천문봉에서 천지를 조망하고 장백폭포와 노천온천구 등을 관광한다. 베이징서커스와 특식도 포함돼 있다. 중국의 상징인 천안문과 자금성 그리고 베이징 최대의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를 산책한다.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해 매일 출발한다. 1인당 99만9000원부터.

세일여행사(02-737-3031)는 '백두산 야생화 트레킹 종주 4일' 상품을 판매한다. 5호경계비에서 시작,청석봉~한허계곡~백운봉~녹명봉~금병봉~용문봉~달문~천지 물가~백두폭포~너덜바위~온천지대~주차장에 이르는 백두산 능선 종주 트레킹을 한다. 종주 트레킹 다음 날 북파지역에서 가장 높은 천문봉에도 올라 천지를 조망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7월15·22일,8월12일 세 차례 각 15명씩 출발한다. 1인당 128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