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언 블루'로 채색한 해변마을에 머문다. 앙드레 지드,알베르 카뮈,생 텍쥐페리의 체온이 담긴 곳이다. 이들이 민트차를 홀짝거렸다는 단골카페에 기대면 하늘보다 푸른 지중해의 바람이 골목에 내린다. 시디 부 사이드.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불과 30분 떨어진 마을에서 피어나는 풍경이다.
■ 북아프리카에서 만나는 파리
튀니지는 아프리카다. 남유럽만큼 짙은 잔상이 묻어나는 지중해의 나라다. 화가 파울 클레,소설가 모파상 등이 머물다 간 시디 부 사이드는 파란 대문,파란 창,하얀 담으로 치장돼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을 닮아 '튀니지의 산토리니'로 불린다. 그 이국적인 골목에 새빨간 부겐빌레아가 피어 있고 히잡을 쓴 여인들이 지나친다. 모든 게 원색적이다.
언덕에 올라선 이방인들은 카페 데 나트,카페 시디 샤반이라는 두 찻집을 기웃거린다. 문호들의 사랑방이었던 카페 데 나트는 2층짜리 돗자리 다방이다. 절벽 위 카페 시디 샤반은 마리나 항구와 맞닿아 있다. 마을의 상징이 된 카페들은 지중해를 끌어안은 푸른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흉내를 내 들이켠 진한 커피와 박하향 나는 튀니지 민트차처럼 이곳은 중독성이 강하다.
발길을 돌리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다.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의 도시다. 노천바들이 가득한 하비브부르기바 중심가를 이곳 사람들은 파리처럼 '샹젤리제'로 부르는 걸 좋아한다.
거리에 나서면 파리지앵이 된 듯,바에 앉아 대낮에도 한 방향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하비브부르기바 거리의 끝은 개선문 모양의 '바브 엘 바흐르' 문으로 연결된다. 프랑스풍 건물과 네모로 조경된 가로수길을 히잡 대신 민소매 차림의 육감적인 여인들이 스쳐 지난다. 다른 아랍권 나라와 비교하면 튀니지는 개방에 있어서 호흡이 빨랐다. 일부다처제가 금지되고 히잡의 의무 착용도 폐지했다. 전통 이슬람의 휴일인 금요일 대신 일요일이 공휴일이다. 그렇다고 2000년이 넘는 도시의 역사가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경계를 넘어서면 튀니스는 옛 모습이다. 바브 엘 바흐르를 지나면 이슬람의 전통시장인 수크와 구시가인 메디나가 이어진다. 수크의 골목 길이를 합하면 수십㎞가 넘는다. 동그랗고 붉은 펠트 모자를 쓴 할아버지들이 오가고 동판공예품이 즐비한 생경한 풍경이다.
■ 세계문화유산인 골목을 거닐다
메디나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인 지투나 모스크는 수크 한 가운데 위치했다. 1300년의 긴 역사가 담긴 이슬람 사원이다. 사각형의 첨탑 외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풍의 말굽모양 창문,베네치아산 샹들리에,로마시대 카르타고 유적의 대리석 기둥에서 용광로처럼 뒤섞인 지중해의 문화적 단상을 엿본다.
'지투나'는 올리브라는 뜻이다. 튀니지는 올리브 생산 세계 2위 국가이기도 하다. 모자이크로 유명한 바르도 박물관,명장 한니발의 사연이 서려 있는 카르타고 유적 등은 튀니스 인근의 또 다른 보물들이다. 바르도 외에도 튀니지에서 만나는 박물관들은 수려한 돌 모자이크로 채색된 벽화들을 간직하고 있다. 바다를 맞댄 카르타고 유적은 지중해를 끼고 로마와 자웅을 겨뤘던 고대국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튀니지의 중부와 남부로 내려서면 풍경은 더욱 도드라진다. 중부 카이로우안은 1500년 전 북아프리카에 진출한 아랍인들에 의해 세워진 도시로 이슬람의 4대 성지다. 엘젬에서는 콜로세움에 버금가는 로마풍 원형경기장을 만날 수 있다. 튀니지의 제2도시 수스는 요새를 낀 메디나가 수려하게 펼쳐진다. 세 곳 모두 세계문화유산이다. 남부는 사막지대다. 마트마타에는 '스타워즈'의 배경이 됐던 땅굴마을이 있으며 소금 사막인 쇼트 엘 제리드,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미데스 협곡 등이 큰 구경거리다.
다시,튀니지 인근 지중해의 작은 어촌 도시 함마메트다. 해질녘이면 해변 바에 앉아 튀니지 와인 한 잔을 기울인다. '북아프리카의 진주' 튀니지의 원색적인 감동이 가슴으로 알싸하게 내려 앉는다.
튀니스=글 · 사진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 여행 TIP
한국에서 북아프리카 튀니지까지 직항편은 없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파리에서 튀니스까지는 2시간30분 소요. 대한항공이 에어프랑스와 공동 운항해 연결이 수월한 편이다. 두바이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튀니지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튀니지 사람들의 주식은 밀가루를 누렇게 쪄낸 '쿠스쿠스'다. 밥이나 빵처럼 대부분의 음식에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견과류나 채소 등을 얹어 먹는다. 올리브 외에 참치와 대추야자도 친숙하게 맛볼 수 있다. 튀니지산 와인인 마공와인은 한때 프랑스에 수출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이 더 맛좋다.
화폐는 '디나르'를 쓴다. 1디나르는 약 1000원.달러나 유로를 현지 호텔 등에서 환전할 수 있다. 튀니지 북부는 지중해성 기후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선선한 편이다. 한국과 같은 콘센트를 써 멀티탭은 필요 없다. 튀니지관광청(www.tourismtunisia.com)을 통해 영문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