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비싸다고 럭셔리 브랜드?…신화·역사 없으면 명품 못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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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비즈니스 전략 | 장 노엘 카페레 외 지음 | 손주연 옮김 | 미래의창 | 584쪽 | 2만8000원
에르메스 시계에는 시간을 가리키는 숫자가 12,3,6,9 넷뿐이다. 나머지 시간은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 시계는 명품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어떤 럭셔리 브랜드의 시계는 1년에 2분씩 늦어진다고 판매원이 말해준다. 하지만 이런 결점이 오히려 그 브랜드의 매력으로 여겨지고 진품이라는 보증이 된다.
도요타의 렉서스도 마찬가지다. 렉서스는 이름과 달리 럭셔리 브랜드로 대접받지 못한다. 도요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고급 자동차이긴 하지만 브랜드의 족보나 역사,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럭셔리 비즈니스 전략》은 럭셔리 브랜드의 세계적인 전문가이자 럭셔리 연구의 본산인 HEC파리의 교수 장 노엘 카페레,벵상 바스티엥이 쓴 럭셔리 사업 지침서다. 이들은 책에서 페라리나 루이 비통,샤넬,아르마니,구찌,랄프로렌 등 작은 가족회사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또 럭셔리의 지위를 어떻게 유지하며 수익을 창출하는지 설명한다.
저자들은 우선 럭셔리의 개념부터 분명히 한다. 매스티지,프리미엄,어퍼 프리미엄,프레스티지,어퍼 레인지 등은 결코 럭셔리가 아니라는 것.이들은 "럭셔리는 결코 비교의 대상이 아니며 실용성과 기능성으로 평가받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가령 도요타의 야심작인 렉서스는 최근의 리콜 사태로 명성에 흠이 나긴 했지만 완벽한 품질을 자랑했다. 하지만 럭셔리 자동차는 완벽한 품질이 아니라 완벽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따라서 렉서스는 높은 품질의 상위 브랜드는 될 수 있어도 럭셔리 브랜드는 되지 못한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또 그 뿌리에 충실해야 하며,정통성을 입증할 만한 곳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럭셔리 브랜드는 생산설비 이전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되며 원산지가 이전된 제품은 '영혼이 없는 제품'이라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또한 럭셔리는 가격만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럭셔리=고가(高價)'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면 고급화 소비를 지향하면서 가격을 올리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지 못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사회적 · 역사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역사가 길면 럭셔리 브랜드가 될까. 저자들은 "현대의 럭셔리는 엔티크나 수집용 자동차와는 다르다"며 "럭셔리는 그 숭배자들에게 제품의 배경이 되는 문화를 전제조건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단지 '1882년 설립'이라고 해서 럭셔리가 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사회적인 숭배의 대상으로 만드는 신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역사가 없으면 만들어내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랄프 로렌 매장에는 어디나 1950년대 미국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흑백사진이 걸려 있는데 이는 만들어진 것이다. 창업자인 랄프 리프시츠는 그 시절 10대였고,자신이 속할 수 없었던 상류층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특징 등으로 브랜드를 전형화했다는 얘기다.
수많은 짝퉁이 판을 쳐도 럭셔리 브랜드는 건재하다. 심지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저자들은 "위조품이 없다면 그 브랜드는 럭셔리가 아니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며 "이는 마치 살아있으므로 통증을 느끼는 것과 같다"고 당연시한다. 책에는 일반 제품과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만의 마케팅 법칙과 브랜드 자산 개발,가격정책,비즈니스 모델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도요타의 렉서스도 마찬가지다. 렉서스는 이름과 달리 럭셔리 브랜드로 대접받지 못한다. 도요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고급 자동차이긴 하지만 브랜드의 족보나 역사,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럭셔리 비즈니스 전략》은 럭셔리 브랜드의 세계적인 전문가이자 럭셔리 연구의 본산인 HEC파리의 교수 장 노엘 카페레,벵상 바스티엥이 쓴 럭셔리 사업 지침서다. 이들은 책에서 페라리나 루이 비통,샤넬,아르마니,구찌,랄프로렌 등 작은 가족회사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또 럭셔리의 지위를 어떻게 유지하며 수익을 창출하는지 설명한다.
저자들은 우선 럭셔리의 개념부터 분명히 한다. 매스티지,프리미엄,어퍼 프리미엄,프레스티지,어퍼 레인지 등은 결코 럭셔리가 아니라는 것.이들은 "럭셔리는 결코 비교의 대상이 아니며 실용성과 기능성으로 평가받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가령 도요타의 야심작인 렉서스는 최근의 리콜 사태로 명성에 흠이 나긴 했지만 완벽한 품질을 자랑했다. 하지만 럭셔리 자동차는 완벽한 품질이 아니라 완벽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따라서 렉서스는 높은 품질의 상위 브랜드는 될 수 있어도 럭셔리 브랜드는 되지 못한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또 그 뿌리에 충실해야 하며,정통성을 입증할 만한 곳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럭셔리 브랜드는 생산설비 이전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되며 원산지가 이전된 제품은 '영혼이 없는 제품'이라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또한 럭셔리는 가격만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럭셔리=고가(高價)'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면 고급화 소비를 지향하면서 가격을 올리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지 못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사회적 · 역사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역사가 길면 럭셔리 브랜드가 될까. 저자들은 "현대의 럭셔리는 엔티크나 수집용 자동차와는 다르다"며 "럭셔리는 그 숭배자들에게 제품의 배경이 되는 문화를 전제조건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단지 '1882년 설립'이라고 해서 럭셔리가 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사회적인 숭배의 대상으로 만드는 신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역사가 없으면 만들어내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랄프 로렌 매장에는 어디나 1950년대 미국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흑백사진이 걸려 있는데 이는 만들어진 것이다. 창업자인 랄프 리프시츠는 그 시절 10대였고,자신이 속할 수 없었던 상류층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특징 등으로 브랜드를 전형화했다는 얘기다.
수많은 짝퉁이 판을 쳐도 럭셔리 브랜드는 건재하다. 심지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저자들은 "위조품이 없다면 그 브랜드는 럭셔리가 아니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며 "이는 마치 살아있으므로 통증을 느끼는 것과 같다"고 당연시한다. 책에는 일반 제품과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만의 마케팅 법칙과 브랜드 자산 개발,가격정책,비즈니스 모델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