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 월급 130달러...애플 제품 살 엄두도 못내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는 주요 업체인 대만의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잇따른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작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IT블로그사이트 기즈모도는 19일 중국 Southern Weekly 가 보도한 폭스콘 중국 공장의 실태를 다룬 비밀 보고서를 인용해 작업 스트레스가 폭스콘 자살 사태의 원인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Southern Weekly 는 ‘리우 즈 이’라는 20살의 한 어린 리포터를 노동자로 위장해 폭스콘 심천 공장에 보냈다.
지난 반년 동안 이 공장에서 9건의 자살 시도가 있었고 이로 인해 7명이 목숨을 잃은데다 지난 달 이 숫자가 급격히 증가해 30명의 노동자들이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Southern Weekly는 폭스콘 공장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자살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리우를 공장에 잠입시켰다.
리우는 이곳에서 28일 동안 일하며 40만 명의 노동자들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조립하며 겪는 끔직한 일상을 경험했다.
리우는 먼저 이 공장 노동자들이 거의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고용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오직 식사와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다. 또 국경일을 빼고는 매일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리우는 노동자들이 그 일상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결국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것 뿐이라고 예감했다.
공장은 또 오직 20대의 젊은 노동자들만을 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우 역시 20살의 나이였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신분을 위장해 노동자로 잠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옆에서 일하는 동료 이름도 몰라 오직 반복되는 업무만
폭스콘 노동자들은 매달 10일에만 딱 한번 웃을 뿐이라고 리우는 전했다. 그 날이 바로 월급날이기 때문이다. 10일이 되면 공장 안의 현금인출기는 노동자들로 꽉 들어찬다고.
그러나 그들이 한 달 내내 꼼짝 않고 일해서 받는 돈은 900 중국 위엔. 약 130달러 정도부터 시작한다고 리우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한 달 내내 조립한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 제품들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리우는 그들의 월급으로는 살 수 있는 건 오직 모조품 정도라고 말했다.
리우에 따르면 폭스콘 노동자들은 누군가 작업 중 아픈 사람이 생기면 그를 부러워한다. 작업장을 떠날 수 있도록 허락받고 약간의 휴식을 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공장 내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 얘기하곤 하는데, 한 노동자가 작업 중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자 몇몇 노동자들은 이것이 기계에 저주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언젠가 부자가 되는 날이 오기를 꿈꾸면서 그들이 받은 월급의 일부분을 복권을 사거나 경마에 배팅하는 데 쓰기도 한다.
공장 안에 매여 있는 노동자들은 또 사랑이나 연애를 할 수 있을 만한 형편도 못된다.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작 하는 일이라곤 공장 밖에 있는 식당의 작은 인터넷 까페에서 은밀하게 포르노 비디오나 보며 욕구를 해소하는 정도라고 리우는 전했다.
Southern Weekly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기즈모도는 폭스콘 공장의 많은 문제들이 노동자들 간에 대화와 친밀함이 부족하다는 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폭스콘 공장의 많은 노동자들이 자기 바로 옆에서 일하는 동료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고 기즈모도는 말했다. 항상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반복되는 자신의 업무만을 하기에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를 함께 얘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결국 극단적인 사태로 이어진다는 얘기.
현재 폭스콘 공장은 잇따른 자살 사태를 막기 위해 100여 명의 상담사들을 고용하고 공장 내에 여가 시설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즈모도는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폭스콘이 노동자들을 마치 ‘개’처럼 다루는 대신 진정으로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주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고려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