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을 5년째 이끌고 있는 정명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57)의 시선은 이제 세계 무대로 향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향과 함께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이탈리아,독일,체코,러시아 등 4개국 9개 도시에서 유럽 투어 연주회를 갖는다.

이번 투어는 수교 기념 음악회 등 '외교사절'이 아니라 '실력'으로 초청을 받아 떠나는 순회 공연이다. 한국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인데다 빈 필하모닉,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서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은 시작이에요.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만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얘기죠.서울시향이 아시아에서 최고로 꼽히는 일본 NHK교향악단의 수준까지 넘볼 정도로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목록에 들어가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서울시향은 내년 영국의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도 벌써 초청을 받은 상태다. 최근 잇따른 러브콜은 지난해 벨기에의 클라라 페스티벌에서 좋은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작년에 유럽에서 처음 공연했는데 사실 그때는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고 한번 연주하러 거기까지 가야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하지만 반응이 좋아 계속 공연 초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연주자들은 많지만 한 나라의 클래식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교향악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교향악단의 발전을 위해 이런 투어 공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 유수의 무대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기간 긴장하며 연주에 집중할 때 오케스트라의 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순회 연주회는 현대자동차가 후원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서울시향의 유럽 공연 소식을 듣고 선뜻 경비의 절반 이상을 지원했다. 정씨는 "그동안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음악가나 음악 단체를 도와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현대자동차가 크게 도와줬다"며 고마워했다.

그는 또 "외국에서 다른 교향악단과 하는 연주와 달리 서울시향에 관해서는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한국 클래식을 위해 젊은 연주자들도 많이 키우고 싶다"고 얘기했다.

서울시향은 이번 투어에서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드뷔시의 '바다' 등을 연주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