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600 붕괴 긴급진단]"시장 과민반응…반등 기대할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코스피 지수가 20일 장중 1600선이 붕괴되는 등 이번주 들어 1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83% 내린 1600.18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말(1594.5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지수는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로 인해 외국인의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심화된 점을 하락요인으로 꼽았다. 이 같이 수급의 공백과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북한과의 긴장 사태가 맞물려 증시가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4거래일간의 지수 하락으로 그동안 순매수세를 보였던 개인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과민반응했다'는 평가와 함께 '반등'을 점치고 있다.
◆ 개미들 1600선 붕괴에 '망연자실'
이날 증시 급락에 개인 투자자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달 들어 쏟아진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받아냈으나 거듭되는 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4조727억원, 이번주만도 1조602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이달 5조2799억원어치, 이번주 2조1774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포털 '팍스넷'의 한 회원은 "오늘 손실은 계산도 생각도 하기 싫다"며 "너무 비싼 대가를 치렀다"며 한탄했다.
국내 최대 재테크 카페 '텐인텐'의 한 회원은 "1% 먹기는 힘들고 10% 손실은 순식간"이라면서 "대형주도 급락했고 오늘 장에서는 위로받을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 증권업계 "유럽발 악재+천안함에 과민만응…반등 기대"
전문가들은 이날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로 불거진 지정학적 위험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투자심리가 급속이 냉각되며 지수가 단기 급락했지만, 투심이 안정되면 반등을 기대해 볼 만 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과 기업이익 전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대량매도로 투자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북한 이슈까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터지면서 장중 1600선이 무너졌다"면서 "현 상황을 불러일으킨 건 펀더멘털이라기보다는 수급 문제로 추세적 상승기조는 훼손되지 않았으므로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일부터 사흘간 연휴를 거치면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수가 추가적으로 더 하락하지는 않을 것은 확실하다"며 "다음주 중반에는 1600선에 안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스가 몰리면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불안을 느낀 것 뿐이며, 단기적으로 많이 빠진 만큼 다음주에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투매에 동참하기 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IT(정보기술)주와 자동차주 등 기존 수출주에 관심을 유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IT, 자동차, 유통 등을 주목하면 좋다"며 "1600선에서의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에 불과해 기업실적과 비교하면 과도한 저평가 상태고, 원·달러 환율 역시 1190원대로 급등하는 등 수출주에 유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9% 오른 1194.10원으로 장을 마쳐 지난해 9월22일 기록한 1203.8원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유럽발 재정위기사태의 추이와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자산 기피 기조 등 여러 악재를 고려하면 관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식시장이 여러 악재들이 중첩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대응이 조심스럽다"며 "유럽발 쇼크가 실제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달 말 발표되는 각종 경기지표에서 확인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지표를 통해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악재들이 경기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야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달 말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을 권했다.
오정민·김다운·한민수·김효진·정인지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