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20일 결론나면서 금융시장에 '북한 리스크'가 엄습했다. 유럽 재정위기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에 부상한 북한 리스크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 정부가 대북(對北) 경제협력 사업 중단을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북한도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긴장관계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에 '달러 박스' 역할을 해온 개성공단 철수 같은 극단적인 조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제사회를 통한 공동 제재와 군사적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북한과의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질 수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아 금융시장 불안이 길어지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경우 빠르게 회복하는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실물경제마저 침체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북한 리스크에 휘둘릴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게 국내는 물론 외국의 시각"(기획재정부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재정부가 19일 가진 외국인 투자자 면담에서도 북한 리스크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재정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천안함 사고가 북한 소행이라는 것과 관련한 질문은 전혀 없었다"며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환율 동향이나 중국 긴축 가능성,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한국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A1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단장은 "천안함 사고 원인에 관한 정부 발표 이후 각국 정부로부터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지만 질문 대부분이 이번 사태로 인한 동북아 정치 역학관계 변화나 G20 회원국 간 알력이 있는 이슈에 대한 한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에 집중됐다"며 "경제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물론 이번 사태가 과거 사례들과 달리 심상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한 데다 정부가 강경하지만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 분명한 만큼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투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