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한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국 고유의 컨트리 리스크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라는 단일 국가의 부도 리스크를 넘어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로화의 해체설로 확대되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 발표 이후 물리적 충돌을 언급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투자가들의 심리도 점차 위축되고 있다. 7500억 유로의 재정지원방안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낙관적이었던 투자심리는 지지선으로 여겼던 코스피지수 1650, 1600선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비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투매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주식 매도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장은 이미 과도하게 하락했다. 유럽 국가의 부도 위험은 우려할 만한 요인이지만 경기둔화와 유로화 해체까지 우려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판단이다. 시스템 위기가 예견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책으로 시스템을 수정, 보완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유로화 붕괴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북한과 연계된 국가 위험도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과의 서해교전, 북핵 실험, 미사일 발사 등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현상을 보였지만 그 효과는 일주일 이상 지속된 경우가 거의 없다.

게다가 주가의 결정변수인 기업실적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원화의 약세, 상품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리먼사태 이후 원화 약세가 수출업종에 대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 것과 똑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유럽지역의 수요가 감소할 우려가 있으나 이 지역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기여도는 이미 매우 낮은 상황이다. 2분기 수출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상향 조정될 여지가 높다.

수급여건을 살펴보면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유럽국가인 영국, 프랑스, 독일 투자자가 보유한 한국 주식의 규모는 45조원으로 파악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당시 미국계 자금이 20% 정도 이탈됐던 것을 감안할 때, 외국인은 9조원 가량 매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5월 이후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5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이미 외국인 매도는 60~70%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미만이다. 역사적 평균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채권금리가 여전히 낮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주식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안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주가가 과매도됐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주가는 재차 반등할 가능성이 높으며 언제나 그렇듯이 반등 폭은 매우 탄력적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주가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력 수출업종의 주식을 사모으며 참고 기다려야 할 때로 판단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sj.oh@youfir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