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만에 미국LPGA투어 우승컵을 차지한 박세리의 모자에 새겨진 '온다 도로'가 미국의 대표적 와인산지 나파밸리에서 한국인이 만든 와인 이름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이 세운 와이너리에서 탄생한 이 와인은 소규모만 생산하는 '컬트 와인'으로 병당 45만원 선에 팔린다고 한다. 박세리는 '온다 도로'와의 인연으로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으며 향후 와인 비즈니스에도 관심을 갖고 있단다.

프로골퍼들은 와인 비즈니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로 꼽힌다. 와인은 매너와 품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골프와 비슷한 것이 많다. 게다가 와인 소비층의 대부분이 골프를 즐기고 있어 프로골퍼와 와인 비즈니스는 환상의 '마리아주(와인에 잘 어울리는 음식과의 조화)'다. 특히 프로골퍼들의 경우 대회 직전에 열리는 각종 파티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면서 자연스레 와인 문화를 접하게 되고,이에 친숙해져야 하는 점도 선수들의 와인 '열공'에 기여한다.

신지애도 평소 호주산 '펨폴즈'와 프랑스산 '샤토 탈보' 와인을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와인 비즈니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니카 소렌스탐은 지난해 5월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 '아니카'를 출시했다. 소렌스탐은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근처의 리버모어밸리에서 창업 이후 5대째 126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 온 미국 최고(最古) 와이너리인 '웬트 빈야드'와 교분을 맺으면서 와인 제작에 동참했다. '아니카' 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되면서 초콜릿과 커피 향을 담고 있으며 블랙베리와 풀럼,포도의 아로마가 풍긴다고 한다. 평소 남성처럼 단단하고 강인한 모습이지만 실제는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인 소렌스탐의 이미지를 재현했다는 평가다.

외국 유명선수들의 와인 비즈니스는 대부분 '굿 샷'이다. 저택에 무려 3500병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그레그 노먼은 1990년대 중반 '베링거 블라스'라는 회사에서 자신의 아이콘 '백상어'가 표시된 '그레그 노먼 와인'을 출시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는 아널드 파머는 미국에서만 60여곳에 영업망을 두고 활발한 와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아내가 와인 애호가인 어니 엘스는 친구 장 엥겔브레히트와 함께 1998년 남아공 스텔렌보스에서 '엥겔브레히트 엘스 에스테이트'라는 와이너리를 세웠다. '어니 엘스 스텔렌보스'로 명명한 와인은 2000년 시장에 첫선을 보인 뒤 4년 연속 미국의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최고 점수를 받으며 남아공의 대표적인 고급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마스터스 챔피언 마이크 위어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페닌슐러에 '마이크 위어 에스테이트 와이너리'를 설립해 선보인 '2004 카베르네 쉬라즈'로 '캐나다 와인챔피언십'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 밖에 레티프 구센은 '더 구스 와인'을,닉 팔도는 호주의 '카트눅 에스테이트'에서 '팔도 와인'을 각각 내놓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