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산 편백자연휴양림으로 가서 문화관광해설사인 조혜연씨와 함께 삼동면 물건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제150호)을 찾는다. 길이 1500m,너비 30m 내외의 물건방조어부림은 바닷바람과 조류를 막고자 인공적으로 조성한 울타리형 바다숲이다.

이 숲에는 이팝나무ㆍ모감주나무ㆍ느티나무ㆍ팽나무ㆍ푸조나무ㆍ상수리나무ㆍ말채나무ㆍ후박나무 등 키 큰 교목과 까마귀밥ㆍ여름나무ㆍ생강나무ㆍ화살나무 등 키 작은 관목까지 170여 수종이 모여 살고 있다.

임진왜란이 터지기 직전에 전주 이씨 무림군(茂林君)의 후손들이 심었다고 전하는 걸로 보아 숲의 나이는 얼추 400년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근래에 축조한 콘크리트 방조제에 제 역할을 빼앗긴 물건방조어부림은 몸(體)은 있지만 쓰임(用)을 잃어버린 숲이 되어 버렸다.



◆인간의 삶은 결코 저물지 않는다

물건방조어부림에 서서히 해가 저문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결코 저물지 않는다. 저물지 않은 인간의 삶,그 역사의 영속성을 위해 이곳에 맨 처음 방조림 조성을 발의한 사람을 생각한다. 그는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숨은 위인이다.

이번에는 좁은(손) 바닷길이라 하여 '손도'라 부르는 삼동면 지족해협 죽방렴을 찾아간다. 죽방렴은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이곳의 갯벌에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목들을 박고 주렴처럼 엮은 그물을 물살 반대 방향으로 V자처럼 벌려 놓은 원시어장이다. 죽방렴에서 잡은 물고기,특히 멸치는 신선도가 높아서 최고의 값을 받는다.

사위가 어둑어둑해졌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좋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만약 나 같은 하찮은 여행자에게도 그럴 권리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리라.오늘 나는 남해에서 아무것도 본 것이 없었노라고,내가 보았던 것들은 실제의 풍경이 아니라 한 편의 백일몽이었다고.

◆맛집과 숙박

지족리 우리식당(055-867-0074)에서 매콤한 멸치조림과 밥을 상추 위에 놓고 남해 특산품인 마늘을 얹어 싸 먹는 멸치쌈밥을 즐길 수 있다. 물건리에서 미조항까지 이어지는 물미해안도로를 타고 미조로 가서 해사랑전복마을(055-867-7571)에서 전복회나 전복죽을 맛보는 것도 별미다.

사랑해펜션에서 숙박하며 아름다운 바다의 풍치까지 즐기는 건 덤이다. 금산 꼭대기에 있는 금산산장(055-862-6060)에서 하룻밤 묵은 뒤 아침에 일출 광경을 감상하는 기쁨 또한 크다. 독일마을에서도 민박을 할 수 있다. 남해읍에 있는 전통찻집 좋은인연(055-863-1213)에 들러 맛깔스러운 수제비를 먹고 전통차를 마시는 여유도 누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