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댁,루이비통을 지르다. '

얼핏 광고 카피를 떠올리게 하는 이 문구는 지난 19일 한화증권이 내놓은 중국 유통산업 분석 보고서 제목이다. 보고서를 쓴 김경기 한화증권 연구원은 "왕서방의 소득이 늘면서 왕서방댁이 쇼핑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며 중국에서 활약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에 대한 관심을 조언했다. 한화증권은 '왕서방 드디어 아파트를 사다''왕서방댁 화장품을 바꾸다' 등 이른바 '왕서방 시리즈'를 선보여 "독특하고 재치 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코스피지수가 한 달도 안 돼 150포인트 넘게 빠지자 여의도 증권가에도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불확실성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지만 일부는 이처럼 재치 있는 아이디어나 대담한 문구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외국인 매도로 급락하자 메신저를 통해 시장 우려를 반박하며 '집 팔아서 사도 될 때'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값이 하락하면 사람들이 집 대신 자동차를 살 것"이라는 그럴 듯한 논리로 자동차주를 추천했다. 세제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내수 판매가 호조세를 이어가는 이유를 침체 국면인 부동산 경기에서 찾은 것이다.

톡톡 튀는 제목의 보고서들도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증권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본떠 '그리스 일병 구하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그리스를 구제하기 위해 선진 7개국(G7)과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는 모습이 사병 한 명을 구출하려다 특공대 수십명이 희생되는 영화와 닮았다는 것.하나대투증권은 속 썩이는 남유럽 국가의 경제 현황을 분석하면서 '유럽의 돼지형제(PIGS)들 안녕하세요?'라는 문구를 달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가뜩이나 장도 안 좋은데 암울한 제목의 보고서를 누가 보겠느냐"며 "약세장에선 투자자들의 관심을 붙잡아 두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튀는 문구를 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