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장수(長壽)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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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팽조(彭祖)는 하(夏) 은(殷) 등 여러 시대에 걸쳐 무려 800여년을 살았다고 한다. 물론 턱없는 과장이겠으나 팽조라는 인물은 '사기''화양국지' 등의 문헌에 등장하는 데다 쓰촨성 메이산시가 고향이라는 기록까지 남아 있다. 그의 장수 비결은 기공 수련과 양생법,마음 편히 갖기,일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향락 멀리하기 등이었다고 전해져 온다.
800살까진 어림없지만 인간수명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백세인(centenarian)'이라 불리는 장수노인은 전 세계에 45만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말 기준 미국 9만6000여명,일본에 3만6000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960여명(2005년 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90% 정도가 여자다. 이런 추세로 갈 경우 2030년이면 백세인이 1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충분한 영양공급과 의학의 발달 덕분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장수를 돕는 유전자들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레이덴대 연구진이 100세 이상 노인들과 가족을 대상으로 연구해 보니 특정 유전자들간 적절한 조합이 이뤄질 때 장수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엘리네 슬라흐봄 교수는 "백세인들에게선 지방과 포도당의 대사작용이 다른 형태로 이뤄지고 피부노화가 느리며,심장병과 당뇨 고혈압 발병률도 낮다"면서 "이 같은 요인들은 상당부분 유전적 조절작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연구는 백세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이뤄진 적이 있다. 이곳에선 친족끼리 짝을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고,이것이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그렇다면 '인명재천(人命在天)'이란 말이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장수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강과 경제력,친구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장수는 재앙일 수도 있어서다. 후대에 덧붙여진 얘기겠지만 팽조도 49차례나 상처(喪妻)를 했고,54명의 자식들이 먼저 세상을 떴다고 한다. 장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어떻든 희한한 보양식에 파충류까지 먹어가며 오래 살려고 기를 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겁고 긍정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800살까진 어림없지만 인간수명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백세인(centenarian)'이라 불리는 장수노인은 전 세계에 45만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말 기준 미국 9만6000여명,일본에 3만6000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960여명(2005년 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90% 정도가 여자다. 이런 추세로 갈 경우 2030년이면 백세인이 1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충분한 영양공급과 의학의 발달 덕분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장수를 돕는 유전자들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레이덴대 연구진이 100세 이상 노인들과 가족을 대상으로 연구해 보니 특정 유전자들간 적절한 조합이 이뤄질 때 장수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엘리네 슬라흐봄 교수는 "백세인들에게선 지방과 포도당의 대사작용이 다른 형태로 이뤄지고 피부노화가 느리며,심장병과 당뇨 고혈압 발병률도 낮다"면서 "이 같은 요인들은 상당부분 유전적 조절작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연구는 백세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이뤄진 적이 있다. 이곳에선 친족끼리 짝을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고,이것이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그렇다면 '인명재천(人命在天)'이란 말이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장수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강과 경제력,친구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장수는 재앙일 수도 있어서다. 후대에 덧붙여진 얘기겠지만 팽조도 49차례나 상처(喪妻)를 했고,54명의 자식들이 먼저 세상을 떴다고 한다. 장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어떻든 희한한 보양식에 파충류까지 먹어가며 오래 살려고 기를 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겁고 긍정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