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들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난 것과 관련,한국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군사적 보복보다는 국제적인 지지를 얻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터 벡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 · 태평양센터 연구원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뢰 발사가 미리 계획된 것이라면 한국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의 분노를 자아냄으로써 대치 국면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벡 연구원은 "국민적 분노가 큰 만큼 이명박 대통령은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경고와 함께 동일한 사태가 빚어질 경우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벡 연구원은 또 "그렇다고 한국 정부와 미국이 전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가능한 대책으로 유엔 안전보장위원회를 통해 추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꼽았다. 벡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막후에서 외교력을 발휘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돌출행동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게무라 도시미쓰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교수(북한정치 전문)는 "국제법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며 "한국은 북한에 무력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천명하고,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 기자 출신으로 일본의 보수 논객인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게무라 교수는 "군사적인 보복을 하지 않는 대신 한 · 미 군사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안보리 제재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5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대화와 6자회담은 당분간 재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사태 반전을 위해 돌연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거나,북 · 일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전면 협력할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이 주도권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대화 채널은 계속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대결을 하더라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태도에 대해선 "아주 민감한 문제라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유엔 안보리 회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유일한 방법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일궈온 남북 관계가 헛되지 않도록 하고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베이징=조주현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