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심화되면서 이번 선거가 자칫 줄투표와 '로또선거'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 · 도지사와 기초단체장 등 무려 8명의 지역대표를 뽑아야 하는 이번 선거에 유권자들은 '무슨 선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출마 후보에 대한 정보나 공약 등은 선관위에서 발송하는 선거공보물을 받기 전까진 알기가 쉽지 않다. 이는 곧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을 낳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정 정당의 기호에 의존하는 줄투표 선거가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줄투표란 유권자가 후보는 따져보지 않고 선호하는 정당에 모두 기표하는 투표행위를 말한다. 유권자들의 줄투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기호가 뒷번인 유시민 후보가 결정되자 민주당 출마자들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특정 정당과 관계가 없는 교육감,교육의원 후보의 경우 순번은 없지만 추첨으로 순서가 정해져 '로또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어차피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만큼 추첨을 통해 앞 순위를 받는 게 당선과 직결될 수 있다.

로또선거의 실체는 선관위의 순서 결정 추첨식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전국 16개 시 · 도 선관위에서 치러진 추첨식에서 호남권에서는 두 번째 순서를 받은 후보들이 마치 당선이나 된 것처럼 만세를 부르거나 환호성을 질렀고,서울에선 보수 성향의 후보가 첫번째 순서를 뽑은 뒤 '한판승'이라며 환호하는 코미디가 연출된 것이다. 반면 다른 후보자들은 선거에 이미 진 것처럼 기운이 빠진 모습이었다.

이런 이유로 후보자 순서가 결정된 이후 교육감 후보들이 중도 사퇴하거나 단일화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과 경북,전남에서는 일부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고 인천에서는 후보 2명이 사퇴했다. 이들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유사성향 후보들의 표 나눠먹기에 따른 공멸'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순서 추첨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출마를 거둬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1일까지 영남지역 첫번째 순서를 받은 후보나 호남지역 두 번째 순서를 받은 후보 중에는 사퇴자가 한 명도 없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