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불확실의 늪에 급격히 빠져들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위기 탈출을 환영하던 금융시장은 '더블딥' 공포에 떨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발 재정위기가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에 발목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 대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유로화 가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1분기까지는 V자형 회복세를 보였으나 유로존이 무너지고 그 여파로 수출이 급감하면 이 같은 추세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호조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도 경기선행지수가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유럽 한파의 영향권에 들어선 분위기다. "신뢰 하락이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상황"(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20일 3.6%나 급락하며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하루 새 30%나 급등해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45.79를 기록했다. 유가는 보름 새 22% 떨어졌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마저 경기 둔화 전망에 따라 약세다. 21일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도 3개월여 만에 다시 1만엔 선이 무너졌다. 특별한 추가 악재가 없는데도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신뢰 붕괴,불확실성 고조에서 비롯된 유로화 가치 하락은 미국과 아시아의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1.21달러 선으로 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간 유로화는 조만간 1.1달러 선까지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1 대 1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는 큰 악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10개국의 통화는 올 들어 유로화에 대해 12~21%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60% 이상에 달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국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6개월 뒤 미국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수는 예상을 뒤엎고 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주립대 교수 같은 비관론자들은 이미 세계 경제의 더블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가는 "유럽발 재정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세계 경제는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레버리징에서 디레버리징으로,신자유주의에서 금융규제의 시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완/이미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