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 스코어를 누적해 승부를 가리는 스트로크플레이와는 달리,홀별로 승부를 겨뤄 많은 홀을 따낸 선수가 이기는 매치플레이 방식은 이변이 잦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기는 더 박진감이 넘친다.

21일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대회 2010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32강전에서도 이변이 잇따랐다. 32번 시드의 '신인' 이정민(18 · 삼화저축은행)은 '국내 1인자' 서희경(24 · 하이트)을 꺾고 16강에 올랐다. 또 40번 시드의 조아람(25)은 2008년 이 대회 우승자 김보경(24 · 스릭슨)을 한 홀차로,'신인' 남지민(20)은 지난 대회 2위 최혜용(20 · LIG)을 연장전에서 각각 따돌리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8년 프로로 전향,지난해 6월 KLPGA투어에 입회한 이정민은 드라이버샷 거리가 서희경보다 10야드가량 덜 나가는 데도 차분하게 쇼트게임으로 만회했다.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벌이던 두 선수의 희비가 갈린 곳은 17번홀(파4).서희경이 그린미스 끝에 파를 하자 이정민은 약 4m 거리의 내리막 버디퍼트를 홀에 떨구며 승기를 잡았다. 상승세를 탄 이정민은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고,드라이버샷과 세 번째 샷이 러프를 전전한 서희경을 2홀차로 따돌리고 '대어'를 낚았다. 이정민은 경기 후 "아마추어 시절인 2008년 초 매치플레이로 치러진 미국 폴로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미국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우승한 서희경은 국내 대회에서는 두 대회 연속 부진을 보였다. 서희경은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 커트오프됐다. 또 서희경은 2008년 대회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하고 지난해에도 16강전에서 떨어지는 등 매치플레이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우승자 유소연(20 · 하이마트)과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승을 올린 양수진(19 · 넵스)은 32강전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유소연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연장 아홉 번째 홀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최혜용을 꺾고 우승한 매치플레이의 '강자'.이번 대회 2번시드를 받은 유소연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정재은(21)을 3홀차로 제쳤다. 유소연은 초반엔 끌려갔으나 정재은이 4~6번홀에서 3연속 보기를 하는 바람에 전세를 뒤집었다. 유소연은 16강전에서 양수진과 맞붙는다. 유소연은 지난해 이 대회 32강전에서 양수진을 연장전 끝에 물리쳤다.

조윤희 · 윤지 자매를 비롯 김혜윤 안신애 이승현 홍진주 문현희 김현지 조영란 이보미 이정은 등이 16강에 합류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