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제 가라앉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김없이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원덕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올 초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뒤 유럽연합(EU)이 수습책을 내놓고,그리스 지원에 대한 이견이 있다가 합의되는 등 위기수습 정책이 일관되지 않아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 국제 금융시장은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시장이 출렁거리는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금융시장이 안정과 불안을 오가는 장세가 될 거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투자위험이 큰 만큼 안정지향형 투자자들은 당분간 투자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선택한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융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유럽발 재정위기 지속 우려

은행 프라이빗뱅킹 담당자(PB)들은 대부분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가 적어도 3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산 운용을 단기상품 중심으로 가져갈 것을 권하고 있다. 현재 장단기 금리차이가 0.7%포인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목돈을 장기상품에 넣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은 "1년짜리 고금리 특판상품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지금으로서는 6개월 미만 기업어음(CP)과 같은 단기채권이나 회전식 예금 등에 예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기예금보다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은행 수시입출금 예금(MMDA)이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는 단기상품에 운용하고, 유럽발 재정위기의 방향성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라는 설명이다.

◆위기 확산되면 달러 · 금 · 국채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될 경우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외부 충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일어났을 때 외화 유동성은 물론 원화 유동성까지 문제가 됐던 것처럼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위기 때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자금 조달에 전력하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상승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투자심리 냉각으로 크게 하락할 수 있고 부동산 가격도 내림세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자산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 원화 자산으로는 국채,외화 자산으로는 달러나 금에 투자자금이 몰릴 수 있다.

또 한번의 세계 경제 위기를 예상한다면 달러 표시 자산과 금에 미리 투자해 놓는 게 좋다.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투자는 국채 금리가 지금보다 상당폭 오른 뒤 투자하는 것이 낫다.

2008년 말 은행들이 7%대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정기예금 금리가 6~7%대까지 올랐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위험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은 이 같은 예금 상품을 기다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출구전략에도 대비해야

유럽 재정위기가 수습되고 세계 경제가 연착륙한다면 금리 인상을 골자로 한 출구전략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 PB들은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시행 초기에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손민보 신한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정부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시장에서는 정부가 경기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 은행이 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을 늘릴 것"이라며 "과거 데이터를 보더라도 금리인상 초기에는 자산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정걸 국민은행 재테크팀장도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 신호이므로 증시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며 "꾸준한 분할 매수나 적립식 투자 방식으로 해외보다는 국내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외국투자자들도 선진국 증시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고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국내 증시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채권 중에서도 국채 · 우량 회사채와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고금리 회사채는 구분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아진 대기업 회사채의 경우 현재는 금리가 높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 상황도 호전되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