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뭉치면 뜬다…영화산업 달구는 '콤비의 경제학'
할리우드 액션영화 '로빈 후드'가 지난 13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돼 23일 현재 1억50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앞으로 한 달여간 극장에서 거두는 수익과 이후 부가판권 수익을 합치면 제작비 2억달러의 두 배 이상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이 영화는 바로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 콤비가 뭉친 합작품.두 사람은 2000년 '글래디에이터'로 전 세계에서 4억60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그해 세계 흥행 2위에 올랐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상도 받았다. 이후 액션물 '아메리칸 갱스터'(2억6600만달러),'바디 오브 라이즈'(1억1500만달러)에 이어 저예산 로맨스물 '어느 멋진 순간'(4200만달러)까지 줄줄이 히트시켰다. '로빈 후드'까지 포함하면 5타수 5안타인 셈이다.

올 극장가에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유명 감독 · 배우 콤비의 작품이 유난히 많다. 팀버튼 감독과 조니 뎁의 3D 할리우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콤비의 '셔터 아일랜드'는 이미 흥행에 성공했다.

충무로 파워맨 강우석 감독과 정재영이 함께 만든 '이끼',김지운 감독과 이병헌이 힘을 합친 '악마를 보았다'는 각각 7월과 8월 개봉될 예정이다.

그들이 뭉치면 뜬다…영화산업 달구는 '콤비의 경제학'
'이끼'는 폐쇄적인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희대의 사건을 그린 영화.강우석 감독과 정재영 콤비는 '실미도'(1100만명)와 '강철중:공공의 적'(440만명)에서 연출자와 배우,'신기전'(370만명)에서는 제작자와 배우로 각각 만나 3연타석 흥행 홈런을 날렸다.

강 감독은 "믿음이 가는 배우여서 함께 일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며 "신작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정재영은 "감독님 말대로 믿고 따르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곤 한다"며 "그 느낌이 늘 즐겁다"고 화답했다.

김지운 감독과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123만명),'좋은놈,나쁜놈,이상한 놈'(660만명)에서 거둔 실적을 발판으로 연쇄살인마 추격전을 다룬 '악마를 보았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개봉된 3D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한국관객 220만명을 포함,전 세계에서 9억8000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 6위 자리를 꿰찼다. 1990년 '가위손'(8600만달러)부터 시작한 팀 버튼 감독과 조니뎁의 협업은 '슬리피 할로우'(2억6000만달러),'찰리와 초콜릿 공장'(4억7000만 달러) 등의 성공을 잇달아 거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디캐프리오 콤비는 '셔터 아일랜드'(2억6000만달러)뿐만 아니라 '갱스 오브 뉴욕'(1억9000만달러),'에비에이터'(2억1000만달러),'디파티드'(2억9000만달러)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들 '찰떡궁합' 콤비가 만든 영화들은 대부분 빅히트했다. 한국 영화는 평균 10편 중 3편,할리우드 영화는 10편 중 6편 정도만 이익을 내는 현실과 비교할 때 이들 콤비의 활약은 눈부시다. 이들의 작품은 완성도가 높아 관객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디캐프리오는 스콜세지 감독과 작업하면서 꽃미남 아이콘에서 연기력을 갖춘 실력파 배우로 거듭났다. 정재영도 '실미도'를 발판으로 단독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콘텐츠 산업에서 강조되는 '콤비의 경제학'을 입증한 셈이다.

이는 사람과 기계가 만나 제품을 생산하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콘텐츠 산업에선 인간관계가 중요한 생산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정민 한국창조산업 연구소장은 "콘텐츠는 사람과 사람이 부딪쳐 만드는 제품"이라며 "인간관계와 서로 간의 감성이 중요한데 궁합이 안 맞을 경우엔 시행착오로 비용이 늘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감독의 지시를 배우가 한번에 알아채야 재촬영을 하지 않고 제작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는 속성 때문이다.
영화와 드라마 등 프로젝트형 제작 시스템에서는 감독과 촬영기사 콤비도 많다. '취화선''서편제' 등을 함께 만든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 영화사 직원은 "국내 명콤비가 만든 '이끼'와 '악마를 보았다'가 개봉되는 올여름 극장가에도 흥행 기록이 새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