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유럽 사태로 심리지수 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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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 왕 피그말리온은 조각가였다. 현실 세계에서 이상(理想)의 여인을 만나지 못한 그는 상아(象牙)로 아름다운 여성을 만들었다. 피그말리온은 조각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피그말리온의 진심에 탄복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었으며 피그말리온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인류는 그리스 문명 이전부터 가축이나 노예,범죄자 등을 구분하기 위해 낙인(烙印,스티그마)을 찍었다. 한번 낙인이 찍힌 범죄자는 개과천선하더라도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나쁜 기억은 웬만해선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부정적으로 몰고 가게 된다.
심리학에선 전자(前者)를 '피그말리온 효과',후자(後者)를 '스티그마 효과'라고 부른다. 심리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이론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가 발생한 이후 경제학에서도 심리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됐다. 경제 주체들의 생각과 기대대로 경제도 실제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호전되면 실제 경제가 빠르게 개선되며,'스티그마 효과'는 그 반대를 칭하는 용어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우리 경제에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강하게 작용했다. '서프라이즈'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발표되고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일각에선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을 넘어 과열 기미까지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을 전후해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이제 우리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피그말리온'이 아니라 '스티그마'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환율은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했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까지 몰고 가지는 않더라도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차 하강)을 불러 올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악화되면 취약한 우리 경제는 훨씬 더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불안감이 '스티그마'로 형성되고 있다.
이번 주에는 뒤바뀐 경제 · 금융 환경이 실제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심리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는 지표가 나온다. 소비자심리 관련 지표는 25일 공표되는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이고 기업심리 관련 지표는 27일 발표되는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이다. 지난달 CSI는 110으로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돌았고 BSI 역시 103으로 기준선 위에 있다. 발표 주체인 한국은행 안팎에선 두 심리지표 모두 이달 수치가 지난달에 비해 크게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정부와 당국이 경제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원 · 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점은 외환당국으로서 상당한 부담이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그간 하락 쪽에 지나친 쏠림이 있었다고 지적해 온 점을 감안하면 당장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천안함 결과 공식발표 이후 만들어진 합동대책반도 일단은 경제 · 금융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
인류는 그리스 문명 이전부터 가축이나 노예,범죄자 등을 구분하기 위해 낙인(烙印,스티그마)을 찍었다. 한번 낙인이 찍힌 범죄자는 개과천선하더라도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나쁜 기억은 웬만해선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부정적으로 몰고 가게 된다.
심리학에선 전자(前者)를 '피그말리온 효과',후자(後者)를 '스티그마 효과'라고 부른다. 심리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이론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가 발생한 이후 경제학에서도 심리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됐다. 경제 주체들의 생각과 기대대로 경제도 실제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호전되면 실제 경제가 빠르게 개선되며,'스티그마 효과'는 그 반대를 칭하는 용어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우리 경제에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강하게 작용했다. '서프라이즈'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발표되고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일각에선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을 넘어 과열 기미까지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을 전후해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이제 우리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피그말리온'이 아니라 '스티그마'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환율은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했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까지 몰고 가지는 않더라도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차 하강)을 불러 올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악화되면 취약한 우리 경제는 훨씬 더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불안감이 '스티그마'로 형성되고 있다.
이번 주에는 뒤바뀐 경제 · 금융 환경이 실제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심리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는 지표가 나온다. 소비자심리 관련 지표는 25일 공표되는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이고 기업심리 관련 지표는 27일 발표되는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이다. 지난달 CSI는 110으로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돌았고 BSI 역시 103으로 기준선 위에 있다. 발표 주체인 한국은행 안팎에선 두 심리지표 모두 이달 수치가 지난달에 비해 크게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정부와 당국이 경제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원 · 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점은 외환당국으로서 상당한 부담이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그간 하락 쪽에 지나친 쏠림이 있었다고 지적해 온 점을 감안하면 당장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천안함 결과 공식발표 이후 만들어진 합동대책반도 일단은 경제 · 금융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