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로 대북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북한 지지 차단에 본격 나섰다. 2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 · 중 전략과 경제대화' 참석차 22일 베이징에 도착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이 문제로 중국 고위 지도자들과 연쇄접촉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암묵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북한을 지원하는 것을 차단하고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참토록 촉구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에 의한 것이란 증거를 제시하면서 중국 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와 관련,미 · 중 전략과 경제대화에 참석하는 미국의 고위 관리가 "한국의 서해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고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확실히 각인시킨 뒤 미국 한국 일본의 공조체제에 중국이 합류토록 설득하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북 · 중 간 연합전선 형성을 차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북 제재에 중국이 동참토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얘기다.

베이징 도착 전 일본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국제적 합의에 의한 확실한 응징"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행보는 신중하다.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하게 될 때의 역효과를 우려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중국은 천안함 사고와 관련,앞서 "모든 당사국의 냉정 유지가 필요하다"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 외에 더 이상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달 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양국 간 혈맹관계를 확인한 마당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도 북한 제재의 불가피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을 끈다. 비록 곧바로 삭제되긴 했지만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20일 중국 당교 장롄구이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랫동안 중국은 북한의 인질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었다. 북한은 중국을 속여 일을 저질러놓고 긴장이 조성되면 중국을 끌어들여 늘 곤란하게 만들곤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고위 관리도 "확실한 증거가 나올 경우 북한을 지원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정부 안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자위대에 북한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22일 오카다가쓰야 외무상,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 등을 관저로 불러 한국의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집중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자위대에 대북 경계 감시 활동에 만전을 기하고, 관련 정보 수집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