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 앞바다에 뜬 호화 요트 '로열 참' 호에서 가짜 딸 결혼식을 가졌다. 그는 위폐 무기 마약 등을 미국으로 몰래 반입하던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조직에 위장 잠입해 있었다.

FBI는 현장을 덮쳐 초청된 조직원을 일망타진했다. 이 FBI 요원은 하객으로부터 위폐를 구입했는데 그 대금이 마카오에 있는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입금된 게 확인됐다. FBI는 BDA를 내사했고 북한이 불법자금을 세탁한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의 이른바 '스모킹 드래곤' 작전이었다. 이후 BDA 대북 금융제재가 시작되면서 북한은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었다.

◆노동당 39호실 단속 재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돈줄을 바짝 죄는 '제2의 스모킹드래곤'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차 북핵 실험 이후 금융제재에 들어갔지만 강도를 더 높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북한에 실질적으로 고통을 주는 고강도의 '돈줄 틀어막기'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특권 집단의 사금고 차단 효과도 있으며 이는 군사적 보복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재무부는 당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조달하는 노동당 39호실의 수족인 회사와 은행에 대한 단속을 재개했다.

이 같은 사실은 폴 렉스톤 칸 미 육군 워칼리지(War College) 교수와 브루스 벡톨 미 해병지휘참모대 교수,로버트 콜린스 전 국방부 정치분석관이 공동 집필하고,워칼리지전략연구소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범죄국가;북한의 국제적 불법활동의 이해' 논문에서 확인됐다.

이 논문은 '북한이 소유하거나 이용하는 불법행위를 수행해 온 (노동당 39호실의 해외) 전위 회사와 은행에 대한 미 재무부의 2005~2007년 단속은 평양의 불법 경제 네트워크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미국,대북제재 곧 발표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 대상 리스트를 확대하고 BDA식 제재를 북한에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세탁 등 불법 의혹이 있는 자금을 동결하는 것이다. 우선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기업,은행,단체들이나 북한 고위 인사를 특정해 금융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금융제재 대상기업으로 지정되면 미국 기업 및 개인과의 모든 거래가 차단되며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을 의식한 다른 국제 금융기관들도 해당 기업과의 거래를 회피,중단하는 결과를 초래해 사실상 해당 북한기업은 국제 금융계에서 고립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BDA제재 후 결국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에 착수키로 하는 등 두 손을 들었으며 대가로 미국은 2007년 동결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의 슈퍼노트 제작 및 유통,마약 거래 등에 대한 제재 수단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 마카오,홍콩,말레이시아를 잇는 북한 금융벨트 차단으로 중국의 협조가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해 2차 북핵 실험 후 발효됐지만 경고 수준에 그치고 있는 1874호 결의안을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것을 집중 협의하고 있다. 1874호는 대북 무기 금수,금융제재,화물검색 조치들을 담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가동될 경우 북한의 달러벌이 통로 차단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일본의 협조를 얻어 재일본 조총련을 창구로 한 대북송금 루트를 차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