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는 우선 외무고시 제도를 폐지하는 등 외교관 인사 시스템을 뜯어고칠 계획이다. 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른바 4대 강국 중심의 외교를 지양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대한 외교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2013년부터 현행 외무고시 제도를 폐지키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처럼 획일적인 선발 시스템 대신 외국어 능통자,지역 전문가 등 세분화해서 외교관 후보를 선발하고 '외교아카데미'를 신설해 외교관을 양성한다는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외교아카데미 입학생 55명을 뽑아 1년간 3학기 전 과정을 영어로 교육한 뒤 5명을 탈락시키고 50명을 5급 외무공무원에 임용한다는 계획이다. 외교아카데미 입학생 선발은 1차 서류전형→2차 시험→3차 면접을 거쳐 이뤄지며 2012년 7월 첫 입학생이 선발돼 2013년 8월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내달 중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7월부터 관련 법인 외교아카데미법 제정과 외무공무원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외무고시와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절반씩 외교관을 충원하는 방안과 △외무고시를 유지하되 외교아카데미를 교육 · 훈련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놓고 검토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외교관 선발방식 다양화를 주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외교관을 선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미 라인' 중심의 외교부 인사관행에도 메스를 댄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외교부의 요직은 대부분 북미 라인이 맡고 있다"며 "재외공관장 인사에도 전문성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관 인사에는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한덕수 대사) 일본(권철현) 중국(류우익) 러시아(이윤호) 등 '4강 대사' 모두 비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이 필리핀 대사를 맡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외교를 위한 외교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외교아카데미를 통한 외교관 충원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장진모/홍영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