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 시달리는 그리스가 활로를 찾기 위해 중국 등지의 외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이 어려워지면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해외 자본 유치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지난 주말 중국 최대 해운업체 코스코(Cosco)의 웨이자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2억유로가 투입되는 아테네 인근 물류센터 건설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웨이 CEO는 "전체 유통망의 가치를 높여줄 물류센터 건설에 관심이 있다"고 화답했다. 코스코는 지난해 10월 그리스 최대 항구인 아테네 피레우스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35년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같은 날 알 바그다디 알리 알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와도 면담을 갖고 "상호 협력 사업과 투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FT는 파판드레우 총리의 수첩엔 중국과 중동 국가 고위층과의 면담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고 전했다. 재생에너지와 관광산업 등 그가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에 대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난 2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아랍 경제포럼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그리스의 관료주의 해소를 위해 총리 직속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총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투자엔 많은 걸림돌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해 코스코의 피레우스항 컨테이너 터미널 인수는 부두 노동자들의 파업 때문에 몇 주간 미뤄졌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관련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스페인 전력업체 엔데사가 그리스 회사와의 합작벤처 지분을 정리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재정건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원국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헤르만 판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재정건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원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