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이머징마켓 아프리카] (5) 현대엔지니어링 '신뢰 마케팅'‥상하수도 사업 독점 '빅5' 도약
지난 12일 오전 적도기니의 바타시내 주요 도로에는 무장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테오도로 오비앙 적도기니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서다. 오비앙 대통령은 이 나라를 방문 중이던 기니 부통령과 면담한 후 동북쪽의 작은 도시 에비베인으로 이동,적도기니의 '랜드마크'인 상 · 하수도 시설을 자랑할 참이었다. 그런데 마침 한국의 '에너지자원 외교단' 접견 일정과 겹쳐 기니 부통령만 상수도 시설을 둘러봤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먹는 물이 부족하다. 재정이 열악해 상수도 시설을 지을 수 없어서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선 상수도가 경제 개발의 상징이다. 오비앙 대통령이 외국에서 귀빈이 올 때마다 상 · 하수도 시설을 뽐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도기니의 상 · 하수도 시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작품'이다. 이곳에서는 '현대=아구아(agua · 물)'로 통한다. 먹는 물이 모두 현대가 만든 상수관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들이 주요 부처 장관들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정부 내 위상도 높다. 이날 적도기니를 방문한 한국의 '에너지자원 외교단'이 하루 만에 오비앙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 부처 장관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현대 측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적도기니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성필 상무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신뢰를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적도기니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03년.하지만 선수금을 받고 첫 공사를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3년 뒤였다. 바타에서 220㎞ 떨어진 오비앙 대통령의 고향인 몽고모시의 상수도 사업이었다. 그런데 완공 120일 만에 물탱크가 샌다는 항의를 받았다. 현대는 돈 한푼 받지 않고 물탱크를 다시 시공했다. 이것이 대통령의 신뢰를 사게 됐다는 후문이다.

공사기간을 맞춘 것도 정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부의 신뢰가 두터워지자 2008년부터 몽고모 하수장,에비베인과 에비마잉의 상 · 하수도 등 3건의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첫발을 내디딘 지 5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적도기니의 각종 개발사업을 총지휘하는 'GE(Guinea Ecuatorial) 프로젝트'의 위원장 겸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는 필리 베르토.그는 이달 12일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다른 업체들도 (정부가 맡긴 사업을) 잘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현대는 공사를 완벽하게 실행해 신뢰가 크다. 앞으로 더 많은 사업을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적도기니 예상 매출은 1억5000만달러.프랑스 브이그,차이나로드 등과 함께 '빅5'에 든다. 이곳 협력업체를 포함해 한국인만 150여명이 근무하고 현지 근로자 400~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매년 축구팀을 지원하고 학교에 학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최 상무는 "상수도 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신도시 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라며 "오비앙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성사돼 적도기니에서의 사업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타(적도기니)=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특별취재팀=장진모 정치부 차장(팀장), 임원기 산업부 기자,이상은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