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서영종 기아자동차 사장 "프리우스에 맞설 하이브리드카 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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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 약발…소형차 앞세워 美시장 공략
기아차 성공 키워드는 '창의·글로벌·고객지향'
기아차 성공 키워드는 '창의·글로벌·고객지향'
"지금 와서 하는 얘기입니다만,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극적인 대응책을 쓴 경쟁사들과 달리 마케팅을 강화해 재고를 대폭 축소했죠."
서영종 기아자동차 사장(58)이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회다. 서 사장은 "올해는 미국 시장의 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라며 "신흥 시장 외에도 미국 판매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내수 시장에서도 중 · 장기적으로 35% 이상의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 사장은 "기아차가 이미 품질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선 수입차에 정면 대응하는 전략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기아차가 정상 궤도에 오른 모습입니다.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2004년 이후 환율 등 외부 환경이 악화되면서 실적이 나빠졌어요. 2006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냈죠.기아차만의 고유한 색깔을 잃었고 직원 사기까지 떨어졌습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시너지를 추구하면서도 기아차만의 정체성을 찾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디자인 경영과 품질 경영이 강력한 모멘텀이 됐어요. 미래 성장동력으로 디자인을 선택하고 유럽 미국 등 디자인센터를 강화했죠."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어느 부문에 역점을 뒀습니까.
"재고를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등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을 했어요. 해외 현지법인의 수익성 개선을 포함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바꿨고요. 그 결과 2008년 말 42만대에 달했던 재고가 1년 만에 적정재고 수준인 31만대로 떨어졌어요. 중요한 점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앞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선진 노사문화를 구축하는 게 과제입니다. "
▼올해 적극 공략할 시장이 있다면.
"유럽 수요는 감소할 것 같습니다만 미국 경기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릅니다. 미국에서 판매를 늘리는 데 우선 주력할 겁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150만대 정도를 해외에서 팔 예정인데,신흥시장에서 70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입니다. 현재 30% 선인 내수 점유율도 중 · 장기적으로 35%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창의적인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입니다. 과거 현대 · 기아자동차는 '글로벌 톱5'(GT5)란 물량 위주의 성장전략을 폈습니다. 당시 상황에선 이런 목표가 생존의 조건으로 여겨졌죠.이젠 규모의 톱이 아닌 브랜드의 톱이 돼야 합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자는 거죠.예컨대 폭스바겐은 규모의 경제를,BMW는 고객 가치를 좀 더 중시합니다. 기아차는 고객 가치에 무게를 두려고 합니다. 미래의 성공은 창의,글로벌,고객 지향이란 3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겁니다. "
▼신차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내년엔 소형차를 중심으로 후속차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현지형 차량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궁극적으로 현지 전용차 개발체제를 정착시킬 겁니다. 작년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데 이어 조만간 K5 하이브리드도 출시할 것이고,수년 내 (도요타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전용차도 선보일 겁니다. "
▶현대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기아차 색깔이 훼손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만.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기아차만의 고유한 색깔이 다소 퇴색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현대차와는 다른,기아차만의 정체성을 신차에 반영해 왔지요. 돌이켜보면 기아차는 2005년부터 브랜드 정체성(BI)을 정립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현대차는 세련되고 당당한 디자인,기아차는 즐겁고 활력있는 디자인을 각각 컨셉트로 잡은 겁니다. 앞으로도 이런 차별화가 계속될 겁니다. "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어떤 입장인가요.
"전임자 임금뿐만 아니라 주간 연속 2교대 등 현안에 대해 반드시 원칙을 고수할 겁니다. 특히 전임자 임금 지급 급지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현안이 많아 쉽지 않겠지만,노사가 상호 윈 · 윈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올해 임단협을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겁니다. "
▼작년 최대 실적에다 프로야구단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 시리즈 우승으로 직원 사기가 많이 올라갔을 것 같은데요.
"2003~2004년 내수 점유율이 22%까지 내려갔을 때는 사기가 바닥이었죠.하지만 최대 실적에 이어 프로야구 우승과 같은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오면서 직원들의 자긍심과 자신감이 높아졌어요. 쏘렌토R,스포티지R 등을 중심으로 RV(레저용 차량)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았고,K7으로 준대형급 1위를 기록했습니다. 1등 의식이 생기면서 판매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요. "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국내 BPI(브랜드파워 조사) 결과를 보면 기아차 브랜드는 2008년까지 업계 평균(100)에도 미치지 못했어요. 작년에서야 102점을 기록하며 업계 2위를 되찾았지요. 문제는 해외 시장입니다. 나아지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업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영업채널을 재정비하고 있어요.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고차 잔존가치와 인지 품질을 높이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고요. "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나요.
"도요타와 같은 해외 메이커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고 소비자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국산차를 애용하자는 구호는 더 이상 먹히지 않죠.수입차에 정면으로 대응할 생각입니다. 기아차는 이미 품질이나 디자인,성능 등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합니다. 국내 영업 거점을 고급화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