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는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 수요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연간 7000만대를 웃돌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6000만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신흥 시장

특히 지난 100여년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해온 미국은 연평균 1700만대의 판매량을 보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생산량이 1050만대까지 급감,'세계 제1의 자동차 시장' 지위를 중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미국 '빅3' 업체 중 GM과 크라이슬러는 '챕터11'(미국 법원의 파산보호 조항)의 대상이 되는 수모를 당했다. 유럽 시장은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지난해 판매 감소는 간신히 면했지만,올해는 지원책 종료와 남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최소 10% 안팎의 시장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신흥시장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중국은 선진국의 경제위기로 수입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자국 경제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해지자 내수소비를 기치로 내걸었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구입 자금을 지원해주는 '자동차하향(汽車下鄕)',중고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등의 정책을 자동차에도 적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364만대로 전년에 비해 46%나 늘어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단숨에 세계 1위 자동차 소비국으로 도약했다.

일본 메이커들은 미국의 몰락을 기회로 큰 성장이 기대됐지만 예상치 못했던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과 연이은 혼다의 리콜 등으로 실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오랜 품질경영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등 큰 위기를 맞았다. 도요타의 경우 전 세계 약 800만대에 달하는 리콜 선언 이후 렉서스GX460의 전복 위험성 제기,시에나 60만대 리콜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미국은 포드 정도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포드는 GM과 크라이슬러의 빈 자리를 채우며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공장 폐쇄와 인원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고 GM과 크라이슬러의 고객을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제휴 확대 · 소형차 라인 강화의 새 바람

최근 2~3년간 한국의 자동차 업체들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한국 메이커들은 오랜 기간 해외공장 건설과 불리한 환율,경쟁력 있는 모델 부재 등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엔 톱 메이커들과의 격차를 줄이며 빠른 속도로 시장 규모를 키웠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 인도시장 선점 △미국 · 유럽시장 신모델 출시 △공격적 마케팅 전략 △해외공장 확대 등에 주력해 지난해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7.5%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예상 판매 목표치인 540만대를 돌파한다면 8% 이상의 글로벌 점유율도 가능할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는 요즘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신흥국의 부상을 비롯해 △폭스바겐과 스즈키,PSA(푸조시트로엥)와 미쓰비시 등 완성차 업체 간 제휴 모색 △대형 부품업체의 파산 속출 △소형차,저가차 확산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부품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며,소형차 라인으로의 변경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이런 점에서 한국 업체들의 경쟁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최근 YF쏘나타 출시 이후 인센티브를 대폭 낮추고도 높은 점유율을 달성하는 등 선순환 구조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 수준은 해외 경쟁사에 비해 단연 돋보인다. 이익 증가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낮아졌다. 한국 자동차회사들은 확실하게 '레벨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