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경북 포항시 철강공단 내에 있는 제일테크노스 본사공장. 나주영 대표(53)가 울산 서생면 신암리에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3,4호기에 들어갈 바닥구조재인 데크플레이트(deck plate)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 납기일이 4개월여나 남았고 주문물량이 회사 전체 생산물량의 1%도 채 되지않는 1000여t에 불과한데도 그는 매일 아침 이곳을 찾아 '100% 무결함'의 데크제작을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나 대표는 "63빌딩과 영종도 신공항에 데크를 공급할 때보다 신경이 더 쓰인다"며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모델인 신고리 3,4호기에 데크 플레이트 공급을 계기로 올해를 세계 원전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테크노스는 초대형 고층건물 시공 시 H빔 위에 첫 번째로 설치되는 바닥재료로 콘크리트 타설 시 바닥 거푸집 역할을 하는 데크플레이트의 국내 1위 생산 시공업체.1971년 창립 초기부터 이 사업에 전념, 국내에선 유일하게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 · 공장 · 교량용 등 데크 전 부문에 걸쳐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건축물의 안전성과 공기 단축,층당 25~40cm의 층고 감소 등의 효과를 내는 딥(deep)데크와 중간보 설치가 필요 없는 투웨이(two way)데크,초고층 아파트 전용의 하이데크, 내화구조용인 KEM 데크 등이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다. 관련 부문 특허만 20여건에 건설교통부 신기술 인정, 기술표준원 E.M마크 인증 등 국내의 웬만한 품질인증은 다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1985년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인 63빌딩을 시작으로 영종도 신공항여객터미널의 45만㎡ 면적에 데크플레이트를 불과 5개월여 만에 초단기 시공하는 고도 기술력을 발휘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66층), 목동 하이페리온(40층)과 쉐르빌(39층),대치동 포스코 본사 등도 제일테크노스 제품이 독점 공급되는 등 국내 데크분야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나 대표는 40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원전시장에서 제2도약의 기회를 찾겠다고 밝혔다. 이미 고리 1,2호기와 월성 1,2호기에 적용돼 안전성을 인정 받은 상태다. 나 대표는 "공기단축과 안전성은 원전 건축물에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제일 중요한 요소"라며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에도 문제 없도록 설계된 고부가 데크플레이트 첨단 시공으로 원전르네상스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데크와 선박후판분야 국내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한 데는 1991년 부도 후 공장이 경매까지 가는 위기 속에서도 매출의 10% 이상을 기술개발과 외형 확장에 쏟아부은 나 대표의 기업가적 근성이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나 대표는 연간 생산규모 17조원, 수출액 42억달러의 국내 최대 철강산업단지인 포항철강관리공단 11대 이사장에 최근 직선제로 당선돼 더없이 바쁜 한해를 보내게됐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