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Let'sMaster IFRS‥“전략적 선택이 기업가치 좌우…경영자, IFRS이해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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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하는 활동을 '환경 적응업'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도 있다. 내외의 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한 기업의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제도인 IFRS(국제회계기준)를 채택하는 것도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 활동은 전통적인 제조업을 기준으로 볼 때 크게 △생산 △영업(판매 및 마케팅 포함) △인사 △재무(자금,회계)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IFRS는 과연 이런 기업 활동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 것인가?
#경영자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
많은 사람들이 IFRS 도입으로 회계부서 또는 경리부서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IFRS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대상은 경영자다. 물론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 책임자로서 경영자는 당연히 영향을 받기 때문에 논외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경영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경영자야말로 IFRS를 전략적으로 이해한다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지만,IFRS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략적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기업가치
IFRS를 최초로 채택할 때 맞게 될 실무적인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첫째 IFRS의 인식,측정,분류 및 공시 원칙에 대한 해석이 상당히 어렵다. 둘째 IFRS에 대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키우는 것도 어렵거니와 이들의 지식을 회계처리 일선에서 경영자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도 효율성과 효과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셋째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따라 IFRS 최초 채택과 관련된 재무자원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IFRS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기업에 전략적인 효익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IFRS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개념이 대두된다. 이는 'IFRS에서 허용하는 회계처리를 선택해 정보이용자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그를 통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IFRS와 관련된 일련의 선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선택은 단순히 재무제표에 대한 영향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전략적 효익을 제공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K-IFRS》 1 'IFRS 최초채택'은 기업이 IFRS를 최초 채택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면제사항을 다루고 있다. 선택적 면제사항은 IFRS 최초 채택시 실무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업이 회계처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선택적 면제사항 가운데 영향이 큰 것이 유형자산의 간주원가로 IFRS 전환 당일의 공정가치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음의 예를 들어 보자.A회사와 B회사의 2010년 1월1일 요약재무상태표는 <표1>과 같다.
A회사 경영자는 IFRS 최초채택시 전환일의 토지 간주원가를 그 시점의 공정가치인 100억원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B회사의 경영자는 토지를 취득원가인 10억원으로 평가했다. 평가 후 A회사와 B회사의 요약 재무상태표는 <표2>와 같다.
A회사의 부채비율(부채/자본)은 107%인 데 반해 B회사의 부채비율은 300%다. A회사와 B회사 모두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하고 있다면 A회사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차입연장 등의 유리한 조건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B회사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즉,A회사가 B회사보다 경쟁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와 같이 전환일 시점의 측정을 정교하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노력과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B회사의 경영자가 IFRS의 전략적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로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에 중대한 위험을 끼치게 됐다는 사실이다.
#EBITDA와 같은 정보의 제공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Taxes,Depreciation and Amortization)'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로서 '법인세 · 이자 ·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말한다. 즉,이자비용(interest),세금(tax),감가상각비용(depreciation & amortization)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뜻한다. EBITDA는 기업의 실제가치를 평가하고 각 기업의 수익창출 능력을 비교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런 정보는 장기적인 현금흐름에 대한 대용치로 기업의 가치 또는 자산 전체에 대해서 평가할 때 사용된다.
IFRS가 익숙한 영국을 포함한 EU(유럽연합) 각국 및 호주에서는 EBITDA가 종종 IFRS 재무제표에서 공시된다. IFRS 재무제표에 이런 측정치를 포함시키는 근거로는 《IAS(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1의 문단 86을 들 수 있다. 문단 86은 '기업의 다양한 활동,거래 및 그 밖의 사건의 영향은 빈도,손익의 가능성 및 예측가능성의 측면에서 상이하기 때문에,재무성과의 구성요소에 대한 공시는 재무제표 이용자가 달성된 재무성과를 이해하고 미래 재무성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재무성과의 구성요소를 설명하는 데 필요하다면 추가 항목을 포괄손익계산서와 별개의 손익계산서(표시하는 경우)에 포함하고 사용된 용어와 항목의 배열을 수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EBITDA와 같은 정보는 투자자,애널리스트 등이 자주 요구하는 정보다. 투자자들에게 전략적 가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보고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IFRS 전문가에게 이런 측정의 정의를 명확히 조언받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재무 · 회계 · IR부서의 과제
IFRS가 경영자에게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제도가 기업 내 모든 부서가 신경써야 할 새로운 환경 변화라는 점은 명확해졌다. 실무적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서는 회계(재무)부서다. IFRS는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이므로 회계부서는 자신의 회계처리에 대한 논리적 근거 및 이런 회계처리가 전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해야 하며,이를 경영자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회계기준하에서는 회계처리에 대한 해석을 일일이 감독기관이나 회계기준 제정기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1차적으로 회사가,2차적으로 외부감사인이 이를 해석해야만 한다. 이런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사내 IFRS 전문가 양성 및 IFRS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주식 관련 공시를 책임지는 IR(Investor Relations) 부서 역시 IFRS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IR의 핵심은 기업의 재무내용 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주요사항뿐만 아니라 비계량화된 정보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IFRS의 전략적 선택은 투자가로 하여금 회사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향후 회사의 능력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IFRS를 조기 도입한 회사의 주석공시사항을 예로 들어보자.<표3>은 풀무원의 위험관리능력에 대한 주석공시사항을 요약한 것이다.
외부 회계정보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런 공시사항이 해당 기업의 리스크관리 수준을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IR부서는 IFRS를 잘 이해해 이런 공시요구사항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김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