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바타를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아바타를 본 사람도 다시 분류된다고 한다. 아바타를 2D로 본 사람,3D로 본 사람,2D를 먼저 보고 3D를 본 사람,3D만 두 번 본 사람으로 또다시 세분된다고도 한다. 이런 분류법이 마땅한지는 몰라도 아바타가 불러온 3D 열풍이 올해 화두가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듯 싶다.

3D 열풍은 이제 극장에서 안방과 거리로 번지고 있다. 올해 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가 40m를 단독 질주해 멋진 골을 넣는 장면이 위성방송을 통해 영국 술집에서 3D로 생중계됐다. 훌리건의 원조국가인 영국의 팬들은 열광했다. 바로 코앞에서 선수를 보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3D의 전 세계적 열풍이 장차 어디까지 번질까? 지난 3월부터 3D TV를 출시한 LG와 삼성은 올해 200여만대 판매를 예상했으나 지금 상황대로라면 지난해 LED TV 판매량(260만대)을 넘어선 약 3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보급형 3D TV가 출시된다면 소비자들은 기왕이면 2D와 3D가 겸용으로 된 TV를 살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다음 달부터 한반도 전역을 달굴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의 경기를 3D로 중계한다는 발표가 나자,올 1월부터 세계 최초로 24시간 3D 전용 채널을 시험방송하고 있는 스카이라이프에는 요즘 문의전화가 빗발친다. "어떻게 하면 월드컵을 3D 방송으로 볼 수 있느냐?" "3D TV는 어떤 종류로 사야 하느냐?"

정답은 이렇다. 기존의 TV로는 3D를 볼 수 없고,3D 시청이 가능한 TV를 새로 사야 한다. 안경 없이도 3D TV를 볼 수 있는 날이 조만간 오겠지만 불편하더라도 당분간은 3D 전용 안경을 꼭 써야 한다. 최근 출시된 3D TV 기능 중에는 2D를 3D로 변환하는 기능도 탑재했다지만,아직까지는 프로그램 자체를 3D로 제작 · 송출하는 것이 시청자들이 좀더 편안하고 생동감 있게 3D입체 방송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3D 열풍은 국내TV 시장의 확대라는 긍정적 산업효과를 일으켰지만,국내에서는 3D 시장에 본격적으로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핵심 콘텐츠의 개발과 지원,투자가 부족한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즉 HDTV 보급속도에 맞는 3D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한 국내 전문인력 양성과 장비 구축,기술 표준화 및 정부의 제도적 지원방안이 보다 구체화돼야 할 시점인 것이다.

요컨대 TV는 흑백에서 컬러,컬러에서 HD,HD에서 3D로,일명 '바보상자'로 불리던 TV는 혁명적인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아바타가 불러온 3D 열풍은 평면적인 TV에서 3차원 TV 세상을 열었다는 점에서 혁명 이상의 의미를 함의한다. 렌즈 한 개가 보여주던 평면 영상에서 렌즈 두 개의 입체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과정에는 어느 정도의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흑백에서 컬러로 가는 과정에서도 시력이 나빠진다는 논란이 일었듯이 3D로 가는 길에도 벌써부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3D를 보는 거리와 각도에 따라 어지러움이 생겼다는 소리도 들려오고,입체화면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시와 부동시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아바타에서도 경험했듯이 어느 거리,어느 각도에서 봐도 어지러움이 없는 기술이 이미 개발됐고,2~3년 안에는 안경이 필요없는 3D TV도 상용화될 것이라 하니 앞으로 끝없이 펼쳐질 3차원 세상을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괴물'의 TV 시대는 가고 이제 무한한 꿈을 현실로 바꿔줄 3차원 TV시대가 우리 앞에 활짝 열릴 것이다.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