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법이라도 생긴 것일까. 6 · 2 지방선거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출마자들의 확성기 볼륨 경쟁이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선관위와 환경부,지방자치단체는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없어 손을 놓고 있다.
25일 중앙 및 지방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후보자들의 소음에 대한 항의전화와 인터넷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선관위 홈페이지 내 게시판에는 벌써 수십건의 항의글이 올라와 있다.
글쓴이 '화성시민'은 "새벽 6시30분부터 음악을 틀어놓는 게 선거운동이냐"고 비판했다. '유권자'는 "주택가 골목에서 자다가 깰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며 "'슈퍼스타K'를 뽑는 것도 아닌데 30일 된 아기가 차 한번 지나갈 때마다 놀란다"고 비난했다. 네티즌 사이에선 "연설하는 건지 악을 쓰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거리유세 차량의 확성기 사용시간을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휴대용은 오전 6시~오후 11시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확성기도 차량마다 붙박이와 휴대용 각각 한 개씩만 사용토록 했다. 하지만 음량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때문에 행사장 곳곳에서 한 후보가 연설할 때 상대방이 음악을 크게 틀며 방해하는 등 비신사적인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22일에는 경기 성남시에서 정진곤 경기교육감 후보 측 운동원이 소음을 줄이라며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측 스피커를 파손하는 등 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재 소음에 대한 규제는 '소음 · 진동규제법'에 마련돼 있다. 주거지역에서 확성장치를 사용할 경우 아침 · 저녁(05:00~07:00,18:00~22:00)은 70㏈,주간(07:00~18:00) 80㏈,야간(22:00~05:00)은 60㏈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것.하지만 선거활동에는 유명무실한 규정이다. 노원구청 산업환경과 관계자는 "공공의 목적으로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규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 생활환경과 측은 "환경부는 법의 기준만 정할 뿐 단속 권한은 지자체 고유권한"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중앙선관위는 24일 각 정당에 협조공문을 보내 △연설장소 △시간선정 △확성기 음량조절에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선관위 관계자는 유세차량의 무단 주차 등에 대해 "공직선거법상에는 현재 차량의 주차범위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