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제외한 전국 9개 혁신도시 가운데 도심에 속한 부산혁신도시를 제외한 9곳의 아파트 용지가 분양 1년이 넘도록 30% 밖에 팔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목표인 2012년까지 공공기관이 모두 이전해도 혁신도시가 아파트 없는 '반쪽짜리 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는 매각 일정도 못잡아

24일 부산을 제외한 9개 혁신도시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혁신도시 아파트 용지 444만3000여㎡ 중 70.3%인 312만5000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작년 4,5월께 아파트 용지 분양에 들어가 1년 동안 29.7%인 131만8000여㎡(29.7%)만 매각된 셈이다.

강원도 원주에 조성되는 강원혁신도시는 81만5000㎡ 중 74.6%인 60만8000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전국 혁신도시 중 미매각 아파트 용지가 가장 많다. 여기에는 한국관광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이 옮겨와 총 3만600여명이 살게 된다. 1만1711채의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데 약 3000채 정도가 들어설 땅만 팔렸다.

경북 김천의 경북혁신도시도 전체 아파트 용지의 79%인 36만7000여㎡가 팔리지 않았다. 전남 나주의 광주 · 전남혁신도시도 73.7%인 46만8000여㎡가 빈 땅으로 남아있다. 제주혁신도시는 지역 경기 침체로 15만9000㎡ 아파트 용지에 대한 매각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매각된 아파트 용지도 건설사가 모두 자발적으로 매입한 것은 아니다. 혁신도시 건설공사 입찰 때 공사비 중 30~50%를 아파트 용지로 현물 지급한 땅들도 있다. 광주 · 전남혁신도시는 1-3공구 공사금액의 50%를 1만9000㎡의 아파트 용지로 지급했다. 전북혁신도시는 매각된 아파트 용지 4개 필지 중 1개 필지 4만㎡를 이렇게 팔았다.

◆아파트 부족 '발등의 불'

놀고있는 택지…혁신도시 '아파트 대란' 우려
혁신도시 아파트 용지 매각이 늦어지면 2012년 공공기관들이 입주해도 직원들이 거주할 아파트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아파트 건설은 단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년 반~2년 걸린다. 따라서 2012년까지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 등이 살려면 혁신도시 아파트는 올 상반기 안에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LH 관계자는 "광주 · 전남혁신도시의 경우 매각된 4개 필지는 모두 주택사업승인을 받아놓은 곳"이라며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이 분양과 착공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고 있어 문제"라고 전했다.

혁신도시 아파트 용지가 팔리지 않는 것은 준공 후 미분양 등 악성 물량이 지방에 많기 때문이다. 경북지역은 지난 3월 현재 총 1만2100채로 대구 충남 다음으로 미분양이 많다. 경북혁신도시 아파트 용지 미분양률이 79%로 가장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지방 중견 · 중소 건설업체의 유동성 부족으로 용지매입 여력이 부족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예정대로 다 이전해도 가족들은 수도권에 남을 가능성이 높고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발전하려면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돼 혁신도시 아파트 용지에 관심을 갖는 건설사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LH 재무부담 가중 우려

아파트 용지 미분양으로 LH의 재무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LH는 부산혁신도시를 제외한 9개 혁신도시의 사업시행자로 땅을 수용하는 데 총 4조8600억원을 썼다. 전체 혁신도시 사업비의 45% 규모다. 총 109조원의 부채를 한 푼이라도 더 줄여야 할 LH로서는 골칫거리다. LH 관계자는 "토지대금 중도금 무이자 혜택,계약 후 일정시점에 계약금 · 중도금 · 이자까지 돌려주는 등 다양한 판촉방안을 시행해 매각에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